사립학교법 개정을 규탄하는 한나라당 제1차 전국위원회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려, 박근혜 대표와 민관식 고문,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앞줄 왼쪽부터) 등이 사학법 비난 구호를 외치고 있다.(윗쪽 사진) 이날 집회에서 당의 원외투쟁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온 원회룡 최고위원의 발밑에 사학법 규탄 홍보물이 깔려 있어 묘한 느낌을 주고 있다.(아래쪽 사진)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한나라 일부 풀 죽어 지도부는 “계속 투쟁”
사립학교들의 신입생 배정 거부 철회가 한 달 넘게 계속되는 한나라당의 원외투쟁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 지도부는 여전히 투쟁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태도지만, 사학재단의 ‘후퇴’로 당의 투쟁 동력이 급속히 떨어졌다는 의견들이 소장파와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9일 한 소장파 의원은 “가장 큰 이해가 걸려 있어 강력히 투쟁해야 할 사학재단이 정부의 강경 대응에 주저앉았다”며 “사학재단 스스로 정부의 비리척결 명분에 밀린 꼴이 되어버려, 당 역시 김이 샜다”고 말했다. 비주류의 한 의원은 “의원들에게 대중을 상대로 원외투쟁 방식을 이어가는 게 적합한지 회의가 들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원외투쟁의 성공 요인으로 사학과 종교계의 합세를 꼽아왔다.
다른 한 소장파 의원은 “한나라당의 원외투쟁에 있어 가장 조직적이고 우호적인 세력이 사학재단이었는데 여기가 방향을 선회한 것 아니냐”라며 “우호 세력없이 투쟁을 이어가는 것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에 외롭게 서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투쟁 일변도로 가기는 힘든 형국이라고 많은 의원들이 판단하는 만큼, 오는 12일 새 원내대표가 뽑히면 다시 전략적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서는 “사학들이 신입생 배정 거부를 선언했을 때 당이 나서서 말렸어야 했다”는 ‘만시지탄’도 나오고 있다. ‘교육대란’을 불러올 극단적인 주장이었던 만큼, 당에서 반대 의견을 표시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 박근혜 대표 주변 인사들을 포함해 상당수가 이런 의견을 박 대표에게 건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의원은 “신입생 배정 거부는 옳지 않다는 의견을 내자는 의견이 수차례 나왔지만, 당에서는 ‘당사자들의 문제에 깊이 개입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우세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지도부의 분위기는 여전히 강경하다. 이계진 대변인은 이날 “모든 사학에 감사를 실시하고 검찰을 동원해 수사하겠다는 것은 ‘기획 사정’이고, 전형적인 정치 보복”이라며 “원외투쟁은 변함없이 계속된다”고 최고위원회의의 방침을 밝혔다. 그는 11일 수원 집회에 이어 20일 창원 집회, 24일 춘천 집회 일정도 예고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정부가 세몰이 차원의 비정상적인 수사로 교육기관을 다루려 한다”며 “투쟁 기조를 더욱 강화해 시민단체들과의 연계투쟁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도부 인사 역시 “시간이 지나면 사학들이 정부의 강경방침에 반발해 다시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당의 투쟁도 흔들림없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