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범여권의 대표적인 ‘정치 논객’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1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시즌2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정치비평을 접는다. 총선 직전 방송분에서 나온 “범진보 180석도 가능하다”는 유 이사장의 예측은 실제 결과에 꽤 근접했음에도 보수 결집을 불러왔다는 비판에 휩싸였고, 이후 유 이사장의 정치비평 중단 선언으로 이어졌다.
유 이사장은 이날 저녁 6시 공개된 마지막 방송분에서 “제 개인 의견이 더불어민주당 혹은 청와대와 관계된 견해 표명으로 각색되면서 부담을 느껴왔다”며 “제 ‘180석 발언’으로 누군가 낙선했다는 견해에 대해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더 토론을 하면 생채기가 더 날 것 같다. 이 정도로 마감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또 “<알릴레오> 시즌3를 하더라도 정치시사 비평은 안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지난 15일 총선 개표방송을 진행하며 정치비평 중단 뜻을 밝힌 유 이사장은 민주당에서 아무런 공식 직책이 없지만, 참여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고 지금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상징성 때문에 그의 발언 하나하나는 여권 핵심부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선명한 표현으로 상대를 집요하게 공격하는 ‘유시민 화법’은 그동안 민주당한테 힘이자 부담이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유 이사장은 진보개혁 진영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강렬한 스피커”라면서도 “도전적이고 직설적인 표현 탓에 ‘유시민은 왜 그러냐’는 시민들 지적을 받을 때는 동조하기도 부정하기도 어려운 불편함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명민한 사람인데 거친 표현으로 본인과 범여권에 상처 낸 측면이 있다”며 “아무리 민주당 소속이 아니어도 진영 논리가 강할 때는 ‘유시민=범여권’이라는 공식이 유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의 은퇴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크다. 한 중진 의원은 “유 이사장이 말이 과해 반대 진영에 빌미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 통합은 논객이 아니라 정치권의 몫인데, 유 이사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볼썽사납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유 이사장은 정치평론을 ‘중단’할 뿐이다. 언젠가 진보개혁 진영 지지층이 유 이사장을 소환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내년 10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유 이사장은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할에 집중하며 집필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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