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희 의원이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여성 부의장 탄생은 정치에서 여성이 주류로 올라서는 흐름을 만들어낼 상징적 사건이다. 여성들이 주요 당직에 도전하고 이슈 선점에도 앞장서는 등 정치에 적극 참여할 용기를 갖게 될 것이다.”
25일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총회에서 국회부의장 후보로 확정될 김상희 의원은 여성환경연대 대표와 여성민우회 상임대표를 지낸 여성운동가 출신이다. 김 의원은 24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여성 정치 활성화는 물론, 여야 협치와 국회 개혁에도 의장단의 일원으로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 총선 압도적 승리와 여성 국회부의장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은 대승했다. 양당제로 회귀한 국회는 역설적으로 여성 국회부의장이 탄생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3당 구도였던 20대 국회의 경우 국회의장은 제1당, 부의장 두 자리는 제1·2야당 몫이었다. 각 당에서 한명씩만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면 여성 의원이 당내 경선을 통과하기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압승으로 민주당이 의장과 부의장 한 석씩을 차지하게 됐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당에서 의장단 후보 두명을 추천해야 하니 한 자리는 여성 몫’이라고 판단하게 된 배경이다. 이들은 여성 최다선 중 한명인 김상희 의원을 후보로 정하고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대한민국 헌정사 73년 동안 국회의장단에 여성이 한명도 없었다. 여성 의원들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의지를 모았고, 남성 의원들도 공감해줬다”고 했다. 부의장직 도전이 예상됐던 변재일·이상민 의원은 차례로 후보 등록을 포기했다. 여성의 국회부의장직 도전이 처음은 아니다. 18·19대 국회 때 이미경 의원이 도전했다가 실패했다.
■ 유리천장, 여성 정치 국회부의장직은 상징적인 자리다. 의미는 있어도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은 “여야가 고루 섞인 의장단이 정치력을 발휘하면 국회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의장단 회의를 정례화해서 여야 협치를 끌어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회 개혁 과제들을 끌고 갈 태스크포스를 부의장 책임하에 운영하는 것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21대 국회는 역사상 여성 의원이 가장 많은 국회다. 여성 국회부의장은 21대 여성 의원들이 힘을 모아 이뤄낸 첫 성취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 때도 여성 의원이 적지 않았지만 3당 구도라서 ‘여성 정치’가 독자적으로 활동할 공간을 찾기 힘들었다”며 “이번에는 민주당이 압도적 의석을 가졌기 때문에 당내에서 주도권을 가지면 여성 의제를 추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의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선한 의지’만으로는 쉽지 않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은 여성 정치 확대에 의지가 있었지만 공천이라는 첨예한 갈등 상황 속에서 의지로만 밀어붙이기엔 한계가 컸다”며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강제하는 정치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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