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의원들이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야당되든 여당되든 법사위는 민주당만'이라고 적힌 손팻말 등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5일 여의도의 시계는 분주하게 돌아갔다. 21대 국회 원구성을 둘러싸고 막판까지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간 지도부는 물론, 국회 경험이 처음인 양당 초선 의원들도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본회의 소집을 예고한 이날 아침부터 양당 지도부는 원구성을 둘러싼 강성 발언으로 공중전을 벌였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전 9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민주당은 갈 길을 가겠다. 단독으로라도 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회법이 정한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8일)을 일주일 넘긴 만큼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고 엄포를 놓은 셈이다.
미래통합당도 이날 오전 9시30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문민정부 이후 지난 30여년 동안 원구성은 여야 합의에 의해 이뤄졌고, 법제사법위원장은 야당 몫으로 관행이 정리돼왔다. 무슨 말 못 할 것들이 그리 많아서 (법사위원장을 통해) 법원과 검찰을 장악하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공중전 뒤에는 지상전이었다. 박병석 의장이 이날 오전 11시 양당 원내대표를 의장실로 불러 막판 조율을 예고하자, 여야 초선의원들이 각각 의장실을 방문해 세를 과시했다. 먼저 열린민주당 등을 포함한 범여권 초선의원 14명이 10시40분께 의장실을 찾아 신속한 원구성을 촉구했다. 뒤이어 의장실을 찾은 통합당 초선의원 10여명의 손에는 ‘국회 정상화 촉구 결의문’이 들려 있었다. 배준영 통합당 의원은 국회의장 예방 뒤 기자들과 만나 “통합당 58명 초선의원의 간곡한 뜻을 말씀드렸다. 오늘 법사위(원장 선출 안건이)가 통과되면 여야는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는 것이다. 의회 민주주의의 최후 수호자로서 역할을 해주실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오전 11시 두 당 원내대표가 의장실에서 마주 앉았지만 결국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반드시 법사위원장을 차지해야 한다는 여당과, 법사위원장을 제외한 다른 상임위원장은 무의미하다는 야당의 입장만 재확인한 것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11시45분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은 왜 일당 독재로 헌정사에 오명을 남기려 하느냐. 역사는 오늘의 폭거를 분명히 기억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야당에 최소한의 견제 장치(법사위원장) 하나를 남겨두자는 것이 어찌 무리한 요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초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가 오후 6시로 미뤄지면서 두 당은 소속 의원들을 소집해 전열을 정비했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전술 마련에 들어갔다. 오후 4시 당대표실에서 고위전략회의를 열어 법사위·기재위 등 이날 선출 예정인 상임위원장 후보를 확정했고, 본회의를 불과 30분 앞둔 오후 5시30분 의원총회를 열어 이탈표를 단속했다.
오후 6시 본회의에는 민주당뿐 아니라 정의당 의원까지 참여했다. 법사위 등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은 일사천리로 마무리됐다. 표결 직후 주호영 원내대표는 통합당 의원총회에 돌아와 사의를 나타냈다. 의원총회 뒤 지친 얼굴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일단 좀 쉬겠다”고 말한 뒤 국회를 떠났다.
노현웅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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