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터널을 거치며 정부에 대한 신뢰도와 기대감은 눈에 띄게 높아졌지만, 정치권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낮았고, 자신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 역시 미미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가 지난 6~11일 전국의 만 18살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에게 ‘포스트 코로나 관련 인식조사’를 한 결과, “남은 임기 동안 문재인 정부가 국정운영을 어떻게 할 것으로 기대하냐”는 질문에 69.3%가 “잘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 나의 삶이 어떻게 될 것으로 기대하냐”는 질문에 “좋아질 것”이라는 답은 38%에 그쳤다.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은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관건은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소득 감소 등의 위기에 정부가 얼마나 잘 대응하는가가 될 것”이라고 봤다.
국회와 정당에 대한 기대감은 정부에 비해 크게 뒤처졌다. 21대 국회에 대해서 “기대한다”는 응답은 43.8%에 그쳤고, “기대하지 않는다”는 49.9%에 달했다. 21대 국회 최우선 과제(복수응답)로는 경기 회복(68.6%)을 가장 많이 바랐고, 일자리 창출(43.4%), 검찰개혁 및 사법개혁 27.4%, 여야 간 타협의 정치문화 정착(17.4%), 복지 강화(16.1%) 순이었다.
정당별 기대감 차이도 컸다. 더불어민주당이 56.4%로 가장 기대감이 높았고, 열린민주당 34.2%, 정의당 33.6%, 국민의당 22.5%에 이어 미래통합당은 18.1%에 불과했다. 특히 지난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미래한국당을 뽑은 지지층에서도 기대감은 34.4%에 그쳐, 보수정당의 전통적 지지층에서도 신뢰에 금이 갔음을 보여준다.
유권자들이 판단하는 자신의 이념 성향과 통합당의 정체성이 차이가 큰 점도 눈에 띈다. 응답자들의 이념 성향 평균은 4.48점으로 중도(1~10점 중 5점)보다 약간 왼쪽이었지만, 유권자들이 생각하는 통합당의 이념 성향은 7.59점으로 훨씬 보수적이었다. 유권자들이 바라보는 통합당과 통합당 자신이 인식하는 정체성에 큰 차이가 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지난달 <한겨레>와 한국정당학회가 21대 국회의원 인식조사를 했는데, 통합당 당선자들은 스스로를 중도(1~10점 중 5점)에서 약간 진보적(4.75점)인 정당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관후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합당은 보수 성향이 짙은 대구·경북 지역 의원이 다수인데다 비슷한 이념을 가진 사람들끼리 접촉하면서 공유하고 있는 이데올로기가 강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내부 강화가 강해지며, 외부 세계와는 괴리되는 위험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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