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마스크를 쓴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중앙홀 계단에서 강제 상임위 배정과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에 대한 주호영 원내대표의 규탄 성명 발표를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연합뉴스
거대 여당의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이 현실화된 29일, 미래통합당은 국회 등원 거부를 선언하고 국회 일정을 보이콧했다. 대중 집회 등 장외투쟁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거대 여당이 주도하는 국회 운영에는 당분간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통합당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뒤 “33년 전 오늘은 민주화 선언이 있었던 날이지만 2020년 6월29일은 1당 독재가 선언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협치의 상징인 법제사법위원장을 처음부터 빼앗은 뒤,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라는 태도로 상임위원장 몇자리 주고 공범을 만들려 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18개 위원장 독식을 ‘의회 독재’로 규정한 것이다.
통합당은 당분간 국회 등원을 거부하기로 했다. 한 중진의원은 “야당으로서 존재 가치를 부인당했는데 어떻게 원내에 돌아갈 수 있겠나. 통합당은 지금 거대 여당의 반민주 폭거에 들러리 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았고 국회의장이 강제 배정한 상임위원에 대한 사임계도 일괄 제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장내 투쟁’을 제안했다. 그는 “국회는 민주당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든 독재를 하든 내버려두고, 우리는 야당 역할을 충실히 하자”고 제안했다. 상임위와 본회의 참석은 거부하되 필요한 법안은 발의하고, 당내 특별위원회 활동으로 외교·안보 등 국정 현안을 챙기겠다는 뜻이다. 통합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구성에도 협조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번 사태를 자강의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다수라고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억지를 쓰는 이상 우리가 대항할 방법이 없다”며 “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신념을 불태운다면, 오히려 이것이 좋은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정운영의 부담을 여당에 오롯이 지우고 야당은 당 개혁에 집중하자는 견해를 거듭 밝혀온 바 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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