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연합뉴스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어떻게 부를 것인지가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고소인을 지칭하며 ‘피해자’ 대신 ‘피해 호소인’이란 생경한 용어를 고집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5일 공식 사과를 하면서 “피해 호소인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도 전날 낸 성명서에서 ‘피해 호소 여성’이라는 표현을 썼고, 이날 진상조사를 약속한 서울시도 ‘피해 호소 직원’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란 용어가 쓰였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미투사건 때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박 시장 장례절차가 마무리된 13일부터 페이스북 등에 ‘피해 호소인’ 명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들이 올라오더니, 이날은 미래통합당까지 이 호칭을 문제삼았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민주당이 피해자를 피해자라 부르고 싶지 않아 집단 창작을 시작했다. 피해자를 피해자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당’”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사용한 ‘피해 호소인’이라는 호칭은 엔지오나 사회운동단체 등에서 내부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법절차 등에 기대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용어다. 다만 여성계에서는 그동안 성폭력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며 피해 회복을 요청하는 이들에 대해 관행적으로 ‘피해자’로 부르며 연대해왔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형사 절차상 주의해야 하는 것은 가해자를 확정판결 전에 유죄로 추정하는 것이지, 피해자라는 호칭에 주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그동안 피해자라는 용어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지 않다가 2020년 7월부터 갑자기 피해 호소인이라 불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뭔가 이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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