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체사상을 버렸다,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라고 말한 적 있습니까?”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
23일 국회에서 열린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때아닌 ‘색깔론’으로 시끄러웠다. 태영호 의원은 이인영 후보자를 본인과 함께 “주체사상 신봉자”라고 정의하면서 “삶의 궤적을 추적해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2016년 북쪽에서 남쪽으로 온 태 의원은 “제가 대한민국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사상 전향을 했느냐 묻는다”며 “(그런데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후보자의) 삶의 궤적을 들여다보면서 언제 어디서 사상전향을 했는지 못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탈북 이후)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다. 혹시 후보자도 언제 어디서 이렇게 주체사상을 버렸다,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라고 말한 적 있느냐”고 했다. 이 후보자를 ‘주체사상 신봉자’라고 전제하고는 사상을 바꿨는지 여부를 물은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른바 전향이라는 건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한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겠느냐”며 “아무리 청문위원으로 물어본다고 해도 온당하지 않다. 사상 검증과 사상 전향을 강요하는 건 다르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사상 전향 여부를 묻는 건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이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태 의원은 질의시간 7분 내내 비슷한 주장을 폈다. 그는 이 후보자가 대학 시절인 1987년 결성 당시 1대 의장을 맡았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회원들이 “매일 아침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남조선을 미제 식민지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충성 맹세를 했다고 한다”는 식이었다. 이 후보자는 “북에서 잘못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일은 없었다”고 잘랐다. 태 의원 외에도 박진, 조태용 미래통합당 의원 등도 이 후보자의 전대협 시절 활동과 이 단체의 성격을 문제 삼는 식의 색깔 논쟁을 이어갔다.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태 의원의 색깔론적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는 대한민국 출신 4선 국회의원이자 통일부 장관 후보자다. 어떻게 주체사상을 포기하라, 전향했느냐고 하느냐”며 “굉장히 국회를 모욕하는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김영주 같은 당 의원은 “(이 후보자한테) 전향이라고 하는 건 크게는 (이 후보자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한) 대한민국 국민, 작게는 구로구민들에게 정말 잘못하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외통위원장인 송영길 의원도 “(후보자가) 주체사상이나 뭔가 다른 사상 가지고 있음을 전제하고 전향을 요구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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