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23일 “‘북-미의 시간’을 ‘남북의 시간’으로 돌려놓기 위해 주도적으로 대담한 변화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인영 후보자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 나와 “북-미 관계가 멈칫하더라도 남북관계는 그 자체로 목표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후보자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미래지향적 평화통일 담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등 장관 후보자로서 정책 지향을 밝히려 애를 썼다.
하지만 청문회장은 이 후보자에 대한 미래통합당의 사상 시비와 색깔론 공세 등으로 종일 시끄러웠다. 탈북민 출신인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은 “‘주체사상을 버렸다, 주체사상 신봉자가 아니다’라고 말한 적 있느냐”며 ‘사상 전향’ 여부를 집요하게 따져 물었다. 태 의원은 이 후보자와 과거의 자신을 “주체사상 신봉자”로 일방적으로 규정하고선, “저는 (탈북 이후) ‘대한민국 만세’를 불렀다. (후보자는) 언제 어디서 사상 전향을 했는지 못 찾았다”고 몰아세웠다. 이 후보자는 “아무리 청문위원으로 물어본다 해도 온당하지 않다. 사상 전향 여부를 묻는 건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반격’했다.
태 의원은 이날 첫 질의시간 7분을 모두 색깔론 공세에 활용했다. 그는 “(이 후보자가 1987년 초대 의장을 지낸) 전대협의 성원(회원)들이 매일 아침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남조선을 미제 식민지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한 충성 맹세를 했다고 한다”고 공세를 이어가자 이 후보자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송영길 위원장도 “(후보자가) 주체사상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하고 전향을 요구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이 후보자의 30여년 전 전대협 의장 활동과 이 단체의 성격 등을 거론하며 사상 공세를 편 것은 같은 당의 박진·조태용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정책 지향과 관련해, 이 후보자는 “한반도 평화 열차는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라는 두개의 레일(철로) 위에서 나아간다. 어느 한쪽 위에서만 움직여서는 한반도 평화를 진척시킬 수 없다”며 “병행 진전의 출발점은 남북관계 복원”이라고 짚었다. 다만 이 후보자는 ‘남북관계가 경색된 채로 11월 미국 대선까지 갈 거 같냐’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교착 정세가 미 대선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많고, 대선 이후에도 상당 기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이어 8월 한-미 연합군사연습과 관련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보류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라며 “예정대로 훈련이 진행되면 북한의 반발 정도가 셀 것이고, 완전 보류하면 (북쪽이) 새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남북관계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면 100번이라도 주저하지 않겠다”며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 후보자는 외교부가 공식 창구인 ‘북핵 문제’ 협상과 관련해 “외교부에만 맡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주도하시는데 그렇게만 맡겨놓을 일이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통일부가 직접 이야기하는 것을 정치권이 합의한다면 통일부로서는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노지원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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