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임대차 3법 정쟁 속 ‘진실’ 찾기
여야,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주택임대시장 전망 엇갈려
전문가 “계약갱신청구권 및 3+3년 도입 등 법 개정 뒤따라야
“향후 전세 매물 줄 가능성…다양한 공공 임대주택 개발 필요”
여야,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주택임대시장 전망 엇갈려
전문가 “계약갱신청구권 및 3+3년 도입 등 법 개정 뒤따라야
“향후 전세 매물 줄 가능성…다양한 공공 임대주택 개발 필요”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 전세는 소멸할 것인가 ‘전세 소멸론’은 지난달 30일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국회 본회의 자유 발언을 통해 촉발됐다. 임대차 3법의 문제점을 논리정연하고 차분하게 지적한 연설 태도 못지 않게, “임대차 3법으로 전세 제도는 종언을 고하게 될 것”이라는 그의 메시지가 논쟁적이었기 때문이다. 통합당은 ‘전세 소멸’ 프레임을 확산시키려는 모양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임대차 3법으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고 누구나 월세로 사는 세상이 오면 그것이 민주당이 바라는 서민 주거 안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 세금 정책으로는 시장을 교란하고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라는 점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투표를 앞두고,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토론 순서에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 월세 전환은 불가피한 과정인가 저금리 시대에 월세 전환이 불가피하다면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월세 전환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서 “지금은 저금리 시대이기 때문에 자금 운용상 여러 한계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과정”이라며 “이는 현재도 진행 중인 지극히 자연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앞서 윤 의원은 지난 1일 개인 페이스북에서도 “전세 제도가 소멸되는 것을 아쉬워하는 분들이 계신다. 의식 수준이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전세가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의 징검다리 역할을 맡아온 현상을 도외시한 지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도시교통공학)는 “주거실태조사 등을 보면 주거비용이 가장 낮은 거주 형태가 전세고, 월세는 가장 주거비용이 높은 형태로 조사된다”며 “전세 거주자 가운데 전세금 대출자 비율이 아주 높지 않다는 점에서 단순히 이자율과 월세 전환율을 따져 ‘주거비용’이 비슷하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짚었다. 당 내에서도 윤 의원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에서 “법이 개정돼 월세가 좀 더 안정적이게 되고 임차인의 권리가 보장되는 형태로 바뀐다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 것 같다”면서도 “국민 감정선이나 눈높이에 맞춰서 발언하는 게 필요한데, 그런 부분을 좀 잘 못 읽으신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_______
■ 부동산 폭등은 전 정권 책임인가 두 당은 임대 시장 혼란의 근본적 원인이 된 집값 폭등의 책임을 두고도 다투고 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화살을 돌리는 데 열중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의 부동산 폭등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누적된 부동산 부양정책 때문”이라며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부동산 안정화 정책은 이런 정책의 폐단을 극복하고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014년 말 국회를 통과한 ‘부동산 3법’을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달 29일 김두관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추해 보자면 수도권 집값은 박근혜 정부 후반기부터 오르기 시작했다”며 “자기들이 저지른 집값 폭등 책임을 현 정부에 뒤집어씌우는 일은 중단하는 게 기본 예의 아니냐”고 따졌다. 여당의 ‘박근혜 정부 탓’이 이어지자 주진형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엉뚱한 데로 희생양을 삼아 돌리려는 것”이라며 여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날 주 최고위원은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그 법이 문제라면) 진작 3년 동안 국회에서 고치려고 노력을 했어야 한다”며 “친여당 계열 인사들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부화뇌동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진유 교수도 “당시엔 집값이 안정됐고, 지방을 중심으로 건설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았던 시기로 그때 부양책을 지금과 비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_______
■ 임차인 보호, 지금부터 시작돼야 민주당 내에서는 더 강력한 임차인 보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박광온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초등학제가 6년이고 중·고등학제가 6년인 것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을 ‘3년+3년’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고위원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임대차 계약 기간을 ‘2년+2년+2년’으로 최대 6년까지 보장하는 법안을 지난달 발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통합당에서도 공감의 뜻을 보였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인 김현아 통합당 비대위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서 “집주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조금 더 까다롭게 규정해 세입자들이 사실상 4년 만에 쫓겨나는 부분에 대한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신 지역별로 규제를 달리 적용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는 “현재 개정된 임대차 3법은 임차인 보호를 위해 그간 논의된 방안 가운데 가장 수위가 낮은 대책”이라며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먼저 도입하고 그 기간을 ‘3년+3년’으로 늘리는 등 추가 법개정이 논의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크든 작든 임대차 3법의 영향으로 향후 전세 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저소득층 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 거주할 수 있는 다양한 공공 임대주택이 개발돼 전세의 공급 감소를 대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제시한 ‘환매조건부 분양’이나, 경기도의 ‘기본주택’ 등 새로운 공공 임대주택 모델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현웅 이지혜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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