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당대표 후보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호남권·충청권 온라인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6석 거대 여당의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제1야당의 수장인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과거 인연에도 관심이 쏠린다. 둘 사이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강 대 강’의 대치를 넘어선 협치의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오래 몸담아온 만큼 둘 사이의 인연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아일보 기자였던 이 대표는 민정당 소속 국회의원이었던 김 위원장을 취재원으로 만났다. 이 대표는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두환 정부가 금융실명제를 연기할 것 같다는 특종을 했다. 그 소스가 김종인 당시 의원이었다”며 “뒤늦게 고백하자면 밤늦게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그분 댁으로 쳐들어갔다. 술술 다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중요한 정보를 알려줄 만큼 신뢰가 있었으리라 추측할 만한 일화다. 이 대표는 이어 “(이제는) 그때보다는 어렵겠죠. 그래도 오랜 신뢰관계는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이들의 관계는 정치권으로도 이어졌다. 이낙연 대표가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됐던 17대 국회 당시 김 위원장은 민주당 부대표로 함께 당 지도부에서 손발을 맞췄다. 두 사람은 당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을 합치자는 통합 논의를 주도하기도 했다.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는 김 위원장이 통합당 선대위원장에 거론되자, 이 대표가 직접 면담을 청해 이를 만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선택을 앞두고 의견을 나눌 정도 신뢰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악연에 가까웠던 전임 이해찬 대표와 김 위원장 사이와 대조적이다. 이 전 대표와 김 위원장은 1988년 13대 총선에서 서울 관악을에서 맞붙어 이 전 대표가 승리했다. 김 위원장은 2016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은 뒤 이 전 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했다. 무소속으로 세종에 출마한 이 전 대표는 국회로 돌아왔고, 2020년 상대 당 대표로 마주하게 됐다. 이낙연 대표와 김종인 위원장 사이 소통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 대표는 당 대표자 경선에 출마하면서 “당대표에 선출되면 김 위원장을 먼저 찾아뵙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이 모두 서울 종로에 살고 있는 만큼, 깜짝 ‘동네 회동’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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