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7일 오후 서울 국회 앞에서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이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현행 낙태죄를 유지하면서 임신 14주까지 인공임신중단을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뒤 정치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안에 대한 여성계와 시민사회의 우려를 수렴해 법안 심사 과정에서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부의 입법예고 과정에서 의견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고 사실상 낙태죄 존속이라는 비판도 나온다”며 “정부 개정안이 제출되면 이제 국회의 시간이다. 민주당은 심사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제대로 반영해 연내 입법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입법예고된 정부안은 임신 14주까지는 임신중단을 처벌하지 않고, 24주까지는 특정 사유가 있을 때만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지난해 4월 “형법의 낙태죄 조항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가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의 후속 조처다.
민주당과 정의당에서는 정부안에 대한 반발이 잇따랐다. 권인숙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부안은 낙태죄를 그대로 존치시켰을 뿐 아니라, 그간 사문화되고 위헌성을 인정받은 낙태 처벌 규정까지 되살린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정확한 임신 기간을 확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현실을 반영해 △낙태 전면 비범죄화 △인공임신중절수술 허용 한계 삭제 등을 담은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이번주 안에 발의할 예정이다. 정부안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이라 민주당 내 공동발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권 의원 쪽은 정의당·열린민주당과 연대도 검토하기로 했다. 민주당에서는 박주민 의원도 ‘낙태 비범죄화’를 뼈대로 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다음주에 발의할 예정이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헌재 판결 1년6개월 만에 내놓은 안이 지난 66년간 여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어온 낡은 법체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낙태를 비범죄화하고, 성교육, 사회서비스 확충, 정보 제공 등 정부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낙태가 허용되는 예외적 상황으로 포함된 ‘사회적·경제적 사유’는 매우 모호해서 무분별한 낙태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며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지혜 서영지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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