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7일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라임ㆍ옵티머스 특검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전 국회의장실에서 진행된 사전 간담회에 마련된 30여개 좌석 가운데 2개의 의자만 주인 없이 비어 있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자리였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오전 “김 위원장은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특검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데 대한 항의 표시로 문 대통령과의 사전 간담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에게 특검을 수용하라고 수차례 공개 요구한 바 있다. 또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10개 공개질의도 보냈으나,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당초 간담회에 참석하기로 했던 주 원내대표는 청와대 경호실과의 마찰로 불참을 택했다. 주 원내대표가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면서, 국회 경호처 대신 청와대 경호실로 경호 주체가 바뀌었는데, 간담회에 먼저 도착한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신체 검색 등을 실시하면서 마찰이 빚어진 것이다.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간담회 참석을 위해 의장실에 입장하는 야당 원내대표를 경호처 직원이 제지하고 신원 검색을 하는 무례를 범했다. 협치를 위해 국회에 오신 분들이 이런 태도를 보인 것에 강력히 항의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고 곧바로 시정연설이 예정된 국회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모양새를 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이게 나라냐’ ‘나라가 왜 이래’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국회 로텐더홀에 늘어서, 국회 본청에 들어서는 문 대통령을 맞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 좌석에 놓인 노트북에도 같은 손팻말을 붙여놓고, 문 대통령의 연설 과정 내내 항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또 문 대통령의 연설이 마무리된 뒤 “국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십시오” “이게 나라입니까” 등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시정연설을 앞둔 간담회에서 청와대 경호팀이 야당 원내대표를 강압적으로 신체 수색하는 전례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오늘의 모습은 문 정부의 위선과 이중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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