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이 지난 11월14일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주도하는 '누구나 참여아카데미'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에 반대 의견을 밝혀 온 금태섭 전 의원이
자신을 공격한 신동근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공개 질의를 통해 토론을 요청했다. 금 전 의원은 “이성과 토론을 저버린 무리는 진보가 아니다”며 신 최고위원에게 성실한 답변을 요구했다.
금 전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다른 건 몰라도 공수처 문제에 대해서 절차적인 면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진보적’으로 행동했다고 자부한다”며 “한때 진보 세력에 속했고 지금도 스스로는 진보라고 여기실 신동근 의원님께서도 진지하고 실질적인 답변을 주시리라고 믿는다”고 적었다.
신 의원에게 요청한 토론의 주제는 공수처의 위험성이다.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8일 페이스북에 “만약 공수처법 개정안이 박근혜 정부 시절에 있었다면
집권세력은 야당 눈치 보지 않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공수처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며 “그들이 판사들과 검사들에 대한 수사권과 공소권을 휘두르면서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고 검찰을 정적 탄압에 동원하는 일이 생긴다면 도대체 어떤 견제장치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사실상 조롱으로 답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금 전 의원이) 검사를 사직한 지 오래지만 검사 본색이 살아 숨 쉬고 있다. 그의 실존이 검찰이란 행성을 빙빙 도는 위성에 불과하다”며 “증여 상속 전문 변호사나 하는 게 본인에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의 두 아들이 외할아버지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아 각각 서울 강남 지역 빌라 지분을 4분의 1(약 8억원)과 예금 8억원을 소유한 것을 비꼰 것이다. 금 전 의원의 이날 페이스북은 신 의원의 이런 발언에 대한 응답인 셈이다.
금 전 의원은 “인신공격이야 웃어넘길 수 있지만, 제가 정작 걱정스러웠던 것은 신동근 의원님 발언 어디를 찾아봐도 제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답변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라며 “토론과 이성을 회피하고 출신 성분을 따지거나 인신공격으로 상대의 목소리를 눌러버리려는 것은 결코 진보의 모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 전 의원은 자신이 제기한 두 가지 문제점에 답해달라고 공개 토론을 요청했다. 먼저 판사, 검사에 대해서 수사권, 기소권을 독점하는 권력기관(공수처)을 두는 일은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고, 그 기관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야당의 거부권(비토권)마저 삭제했으니 권위주의 정권에서 이상한 사람을 임명해 사법부의 독립과 검찰의 중립성을 훼손한다면 어떤 견제장치로 막을 수 있는지 답하라는 것이다.
금 전 의원은 이어 “민주당은 아직 시행도 안 해본 제도를 고치고 있고 저는 그에 따르는 위험성을 지적했을 뿐”이라며 “존경하는 신동근 의원님이 여기에 대해서 제대로 된 답변을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금 전 의원은 지난해 말 패스트트랙 법안이었던 공수처법의 본회의 표결 당시 당론에 따르지 않고 기권을 선택하면서 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낙천한 금 전 의원에 대해 지난 5월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금 전 의원이 재심을 신청했지만, 윤리심판원은 거듭된 회의에도 재심 결정을 미뤘다. 이에 금 전 의원은 지난 10월 민주당을 탈당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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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공수처법 비판 금태섭에 ‘맞불’…“증여 상속 변호사나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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