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공청회 발언에서 비롯된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9일 논평에서 “김 의원이 우리 당 조혜민 대변인에게 공청회 관련 브리핑 내용에 대해 항의 전화를 했는데, 방식이 매우 부적절했을 뿐 아니라 집권 여당 국회의원이 맞는지 의심케 할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피해자의 사과 요구를 ‘갑질 폭력'으로 매도하다니, 정의당이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는지 모르겠다”며 역공을 펼쳤다. 연합뉴스
정의당은 9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낙태죄 공청회 발언’을 왜곡한 논평을 냈다며 조혜민 대변인에게 ‘브리핑을 수정하지 않으면 낙태죄 등 법안 통과를 돕지 않겠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은 공청회 발언을 비롯해 정의당에 했다는 ‘비협조’ 발언도 맥락과 다르다고 반발했다.
정의당 쪽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 의원은 ‘낙태죄 공청회’가 열린 전날 오후 6시께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에게 전화해 ‘발언 취지가 왜곡됐다’ ‘주변 사람이나 여성 의원들은 다 괜찮다고 한다’ ‘조처하지 않으면 낙태죄 뿐 아니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정의당이 한다는 건 다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는 취지의 ‘갑질 발언’을 했다고 한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의원의 사과와 민주당 지도부의 징계 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정의당 대변인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왜곡 논평을 발표했다”며 “낙태죄는 우리 사회 문제로서, 여성과 남성이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다. 남성의 의견을 묻지도 못하게 하는 것, 이것이 곧 폭력이다”며 정의당에 사과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한겨레>에 “(법안 비협조 발언도 정의당 주장과) 맥락이 전혀 다르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정의당에 서운한 것이 있어도 공동발의한 법안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밝혔다.
이에 조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사과는 없이 마치 자신이 피해자인 양 코스프레 하는 것은 수 없는 여성들이 지금까지 맞닥뜨려야 했던, 폭력을 가했던 이들이 ‘내 탓 아니오’, ‘나도 피해자’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김 의원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공청회에서 낙태죄 폐지에 대한 남성들의 생각을 물은 말들이 나왔다면서 이를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김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성도 낙태에 공동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 남성들은 정부 법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질문의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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