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 등 민주당·열린민주당 의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집권여당 안에서 검찰개혁을 둘러싼 노선 분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당분간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안착시키는 데 주력하자는 온건파와, 수사청을 신설해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조기에 완전 회수해야 한다는 강경파가 맞서는 양상이다. 박주민 의원 등이 주도하는 강경파는 문재인 대통령이 속도조절을 주문했다는 전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전언에도 “2단계 검찰개혁은 당이 주도하는 사안”이라며 정면돌파 모드를 이어갈 태세다.
황운하 의원 등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소속 의원 15명은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를 열어 수사권 조정 뒤에도 검찰에 남아있는 6개 분야 직접수사권을 완전히 없애자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21대 국회에서는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던 검찰개혁, 수사-기소의 완전분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공청회를 열었다.
황 의원은 “검·경수사권 조정을 한 지 이제 두 달째인데 왜 지금 시점에 수사청 신설을 얘기하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수사청을 만들려고 하는 건 검찰이 검찰개혁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1차 원인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직접수사권을 권력으로 갖고 있는 한 검찰개혁은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고, 그런 검찰개혁은 허울에 불과하다. 지금 하지 않으면 21대 국회에서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강경파 의원들은 전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라며 전한 ‘속도조절론’에 대해서도 큰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의 ‘수사-기소 완전분리 티에프’ 팀장인 박주민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속도조절론에 대해선)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전해들은 바가 없다”며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검찰개혁 시즌 2’는 당이 주도하는 사안이다. 내용적 합의는 거의 된 상태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조율하고 발표하는 단계만 남았다”고 했다. 특위는 일단 내부적으로 3월에 법안을 발의해 6월까지 국회에서 처리하고 1년 뒤 시행한다는 이른바 ‘3-6-12 플랜’을 짜놓은 상태다. 앞서 박범계 장관은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지난 1월부터 시행한 검경수사권 조정의 안착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추진하는 수사청 설치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라는 취지의 말을 전했다.
민주당내 검찰개혁 온건파는 ‘수사권 조정 안착’이 대통령의 의중임이 확인된 만큼 수사청 신설은 추후 과제로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소속의 한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선거를 앞두고 검찰개혁 이슈가 나오는 건 우리 입장에 서 좋지 않다는 얘기를 몇몇 의원들과 함께 한 적이 있다. 우리가 검찰개혁을 내세우면 국민의힘 등 보수야권에서는 결사반대할 텐데, 그러면 모든 이슈가 검찰개혁으로 빨려들어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특위 소속 의원도 “국민을 설득해서 검찰개혁 동력을 얻어야 하는데, 정치적 명분이 부족하다. 검경수사권 조정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됐는데, 또 한 번 뜯어고쳐야 한다고 법 개정에 나서면 국민들이 얼마나 납득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온건파 의원들은 시행 초기단계인 수사권 조정이 수사청 신설 논의 때문에 혼선이 커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 의원은 “수사청 추진하는 의원들과 다시 논의를 해보겠다. 절충점을 찾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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