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어업지도선을 타고 시찰하며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청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방문했던 것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상반된 목소리가 26일 이틀째 쏟아지고 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문 대통령의 방문을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당 지도부는 선거개입 행위라며 법적 조처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의 관권선거와 선거 개입을 좌시하지 않고 단호한 법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어제 부산 일정을 놓고 민주당과 청와대가 대변인들을 내세워서 변명을 넘어서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야당을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과 청와대가 선거 중립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도 내팽개친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이 “관권선거의 끝판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당내에서는 문 대통령의 부산 일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지역구에 따라 상반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해운대구를 지역구로 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나와 “(문 대통령 부산 방문의) 속내는 뻔하다. 선거를 앞두고 간 것이라서 대통령 처신으로 적절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그 정도 애교는 관대하게 봐줘도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문 대통령이) 부산에 한번 갔다고 해서 그동안의 국정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평가가 완전히 달라질 정도가 아니다”라며 “그렇게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을 “예쁘게 봐주자”고도 했다. 주 원내대표와는 상반된 하 의원의 이같은 시각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바라는 지역구 주민들의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경북 영천시 청도군을 지역구로 둔 같은 당 이만희 의원은 “노골적인, 도를 넘은 선거 개입”이라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문화방송>(MBC) 라디오에서 “어제 대통령의 부산 방문을 보면서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정말 해도 너무 한다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신공항 특별법이 아직 국회 통과도 안 됐다. 그런데 그 장소에 대통령께서 가셔서 ‘신공항이 들어서서 하늘길이 열려야 된다’ 말하고, 국토부 관계자들에게 ‘책임 있는 자세와 의지를 가져야 한다’면서 강한 질책성 발언도 했다. 상당히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 본회의에 상정될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며 “가덕도는 되고 같은 상황에 있는 대구·경북 신공항은 안 된다는 논리는 궤변에 가깝다. 민주당에서 대구·경북 신공항에 대한 대구·경북 시민들의 여망은 마치 없다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국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논의는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반면,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에 대한 논의는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보류가 된 상황을 겨냥한 것이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이날 오후 2시 본회의 처리만을 남겨두고 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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