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의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가덕도 관련 법안을 비판하는 피켓을 의석에 붙여 놓고 있다. 연합뉴스
“최대 106m 이상의 성토가 필요하고, 이걸 하려면 주변 산 3개를 바다 속에 집어 넣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반대토론에 나선 심상정 의원 입에서 “4대강 사업”이란 말이 나오기 무섭게 본회의장이 술렁였다. 여당 의원들 자리에서 즉각 “아니요”라는 말과 함께 여기저기서 고함이 쏟아졌다. ‘가덕도 말고 코로나 손실보상’이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의석에 붙이고 심 의원의 반대토론을 지켜보던 정의당 의원들 표정도 일그러졌다. 정의당 의원 6명은 가덕도 특별법에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정의당은 이날도 가덕도 신공항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선거공항” “매표공항”이라고 맹공격했다.
반대토론자는 국민의힘에서도 나왔다. 대구가 지역구인 곽상도 의원이었다. 곽 의원은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사전타당성 조사를 시행해 동남권 신공항 입지로 김해신공항을 발표했다. 이런 어려운 합의의 산물이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용으로 백지화 되고, 공항 입지로 꼴찌인 가덕도가 특별법을 통해 새 입지로 지정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그는 “졸속으로 신공항 입지를 확정지으면 향후 책임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 법에 찬성한 의원에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결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가 찬반으로 엇갈렸다. 찬성표를 던진 의원 33명 중에는 김태호·하태경·서병수 등 부산·경남권 의원들이 많았다. 반면 23표가 나온 반대표는 곽상도·김석기·김용판 등 대구·경북이 지역구인 의원들이 주도했다. 권영세·박진·이달곤 의원 등 10명은 기권했고, 강기윤·권성동·김기현 의원 등 36명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특별법이 통과되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 조기 착공 방침을 강조했다.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특별법 통과 직후 당대표실에 모여있던 김영춘·변성완·박인영 부산시장 경선후보를 만나 자축했다. 회의실에서국회방송으로 중계를 지켜보던 경선 후보들은 법안이 가결되자 벌떡 일어나 환호하기도 했다. 이낙연 대표는 부산 출마 후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은 이제 운명을 바꿀 수 있게 됐다. 대한민국도 새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됐다. 부산시민이 저희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설계하도록 이번 선거 과정부터 함께 하겠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의 자축이 이어졌다. 부산 북구강서갑을 지역구로 둔 전재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투표 화면 사진과 함께 특별법 통과 사실을 전하며 “부산시민들의 승리다. 부산의 100년 미래를 활짝 열어젖히겠다”고 말했다. 부산 사하갑이 지역구인 최인호 의원도 표결 결과를 띄운 본회의장 전광판 캡처 화면과 함께 “역사적인 순간입니다! 끝까지 잘 챙기겠습니다!”라는 자축 메시지를 올렸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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