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당 최종 후보로 확정된 뒤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4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에서 오세훈 후보가 승리하면서 야권의 단일화 대진표는 ‘안철수 대 오세훈’ 구도로 압축됐다. 양쪽 모두 “단일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단일화 절차에선 견해차가 적지 않아 진통이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두 후보 모두 ‘강경 보수’와는 거리가 먼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만큼, 최종 단일화까지 남은 2주 동안 차별화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선 안 후보가 앞서고 있다. 제1야당의 조직력을 발판 삼아 오 후보가 안 후보의 지지율을 얼마만큼 따라잡을 수 있는지가 ‘2차 단일화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쟁점은 단일화 방식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어떤 단일화 방식이 자신에게 유리할지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민참여형 경선’ 방안이 공식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안 후보 인지도에 기대고 있는 국민의당에선 본선 상대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경쟁력 대결’로 야권 후보를 결정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당 이름을 여론조사 문구에 포함할지를 두고도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2번 후보’인지 ‘4번 후보’인지를 두고 기 싸움도 팽팽하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박영선·박형준의 압승, 오세훈의 승리, 안철수의 안정적 유지의 공통점은 중도지향성”이라며 “단일화 과정에서 비호감도가 높은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이용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중도층을 겨냥해온 두 후보의 이미지가 중첩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경쟁자인 나경원 전 의원의 ‘강경 보수’ 색채를 부각하고 ‘따듯한 보수’를 강조하며 승리했다. 반면 중도 진영에서 출발한 안 후보 경우엔 선거운동 과정에서 인명진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조순 전 서울시장·김현철 김영삼 민주센터 상임이사 등과 만나면서 보수 진영에서 지지층을 다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두 후보가 단일화 과정에서 어떤 차별화된 메시지를 내놓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단일화 시기와 관련해서도 두 후보는 온도 차가 있다. 국민의당 쪽에선 안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만큼 신속하게 단일화 경선 룰을 정한 뒤 유리한 고지에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오 후보 쪽은 충분히 시간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비경선 뒤 한 달 만에 역전극을 연출한 만큼 다른 후보에게 쏠렸던 당 지지세를 흡수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오 후보는 이날 결과 발표 뒤 기자회견에서 “급하다고 해서 바늘허리에 실을 꿰어서 바느질할 수 있겠느냐. 가장 중요한 것은 지지층이 단일 후보로 이동하는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는 단일화”라고 했다. 단일화 시점은 일단 1차 후보등록일인 오는 18∼19일께로 예상되지만,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29일 또는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다음 달 2일까지도 결론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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