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의를 표명할 때의 모습이다. 연합뉴스
‘원조 친노’로 불리는 여권 원로 유인태 전 의원이 최근 검찰총장 직을 던진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고건 전 국무총리보다 단단할 것 같다”며 “쉽게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 전 의원은 12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느낌이 그분(반기문·고건)들보다는 조금 더 단단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그분들에 비해서 윤 전 총장은 좀 더 내공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서 최근 높은 지지율을 얻은 윤석열 전 총장이 반기문 전 총장, 고건 전 총리처럼 정치권에 안착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는 가운데, 이와 상반되는 전망을 내놓은 셈이다.
유 전 의원은 이런 판단의 근거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등 윤 전 총장의 이력을 꼽았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는 국정원 댓글 사건 때문에 좌천돼 지방을 돌았고, 특검에 가서 수사를 할 때는 집 앞에 극우 ‘태극기 부대’ 사람들이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며 “어떻게 보면 산전수전을 겪은 사람이고 원래부터 정치를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닌데 하겠다고 나서면 쉽게 후퇴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때 높은 지지율을 누리다 얼마 안돼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반 전 총장, 고 전 총리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정치에 참여할 빌미를 민주당이 줬다는 쓴소리도 내놨다. 유 전 의원은 “명분을 민주당 쪽에서 제공했다. 마치 쫓아내려고 한 모습을 보였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다’라고 했지만, 이 정부로부터 핍박 당해서 저렇게 물러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 당시 허준영 경찰청장이 경질된 뒤 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사례를 들며 “쫓겨나면 그거는 어떻게 보면 (정치 참여를 위한) 면허를 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전 의원은 ‘윤석열 효과’로 4·7 재보궐선거에서 야권 지지층이 결집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그는 “그동안 저쪽(야권)에 대선 후보가 5%짜리 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 지지율 30%가 넘는 후보가 나타났다는 것, 우선 이게 저 쪽을 굉장히 결집시킬 거라고 본다”며 “야권이 내년 대선에 그동안 희망이 안 보였는데, 희망이 생겼으니까 굉장히 결집하고 투표장에 많이 나가지 않겠나 싶다”고 내다봤다.
이어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과 강하게 대립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 선거에 나오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 전 의원은 “강성 친문 쪽에서 일부 지지는 있는지 모르겠는데 작년에 어쨌든 장관 재직 중에 추-윤 갈등에서 거의 완패하다시피 했다”며 “결국은 안 나올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윤 전 총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손 잡는 일도 없을 것으로 봤다. 그는 “서울시장이 됐을 경우에는 몰라도, 손 잡자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3석짜리 정당 대표하고 굳이 잡겠느냐”며 “안철수 대표가 한창 떴을 때 누가 자기 멘토라고 하니까 ‘300명 중에 하나’라고 말한 적 있는데, 윤석열 전 총장이 ‘안철수는 내 300명 중의 하나다’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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