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1차 토론에 나선 모습. <제이티비시>(jTBC) 유튜브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가 12일 첫 후보 단일화 토론회에서 ‘21분 도시 서울’, ‘원스톱 헬스케어 센터’ 등 정책 공약을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 특히 김 후보는 박 후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야권 인사들과 자주 연락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한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 마포구 <제이티비시>(JT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두 후보 간 스탠딩 토론은 사전 질문 등 조율 없이 100% 즉석 토론으로 이뤄진 만큼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두 후보가 처음 맞붙은 주제는 부동산 정책이었다. 김 후보는 “박영선 후보 공약대로 공공 부문에서 30만호를 공급하려면 250만평의 부지가 필요하고, 부지 확보에만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며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을 약속해서 이 정부의 정책 신뢰도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 후보는 “김 후보가 약속한 서울 역세권 개발에는 주변 땅 주인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이들을 설득하는데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서울시장 재임까지) 5년 안에 해낼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토론에선 ‘21분 도시 서울’, ‘원스톱 헬스케어 센터’ 등 박 후보의 핵심 공약을 놓고도 설전을 벌였다. 먼저 김 후보가 박 후보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김 후보는 “서울시에는 반세기 동안 만들어진 인프라와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있는데, ‘21’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느라 생활권을 인위적으로 나누고 서울시를 쪼개놨다”며 “도시를 완전히 파괴하고 새로 짓겠다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구상이 이뤄질 수 있는지, 아주 무책임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21분 도시는 생활권 개념으로 21분 안에 산책길이 있고 도서관이 있고 콘서트홀이 있는 도시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라며 “생태 도시, 건강한 도시로 가겠다는 서울시의 궁극적인 혁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후보는 ‘21분 도시’ 서울의 생활권마다 ‘원스톱 헬스케어 센터’를 만들어 의료 데이터 집적을 통해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박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의료 민영화에 이르는 둑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도 비판했다. 김 후보는 “문재인 케어의 핵심은 동네 의원 등 1차 진료의 신뢰도를 높여 대형 병원으로의 집중도를 낮추는 것인데, 의료 데이터를 집적하겠다는 것은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이것은 결국 의료 민영화로 가는 둑을 무너뜨리고 가속화하는 전초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원스톱 헬스케어는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동네 주치의가 상주하는 곳에서 한 번에 의료 서비스를 받고 한 달에 한 번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구독 경제 방식을 접목하겠다는 것”이라며 “모든 의료 정보는 서울시가 공공 목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고 의료 민영화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는 박 후보가 윤석열 전 총장을 비롯해 야권 인사들과 가깝다며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한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서울시의 리더로서 정체성이 중요한데, 박 후보는 ‘금태섭 전 의원을 포용해야 한다. 윤석열 전 총장과 편하게 연락한다’ 그런 말씀을 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그런 부분을 불안해한다는 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때,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할 때, 이렇게 정도를 걸을 때 (윤 전 총장 등과) 교류가 있었던 것”이라며 “그때 맺은 인연으로 연락하는 것 자체가 잘 못 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력 등 종합 행정의 전문가로서 특장점을 내세웠다. 그는 “검증된 행정력을 바탕으로 디지털 수도 서울을 만들어 내겠다”며 “그간 공정한 사회를 위해 부패와 기득권과 최전선에서 전쟁을 치러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이변과 감동을 불러올 후보는 자신이라고 맞섰다. 그는 “이번 선거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같은 이변과 감동이 없으면 이번 보궐선거는 물론 1년 뒤 대선까지 위험할 수 있다”며 “박영선 후보는 그저 무난한 후보일 뿐”이라고 각을 세웠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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