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15일 서울 영등포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단일화 비전발표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 “복지에 완전 미친 ‘복지시장 오세훈’의 서울시 시즌2가 시작됩니다.”
•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 “10년 전 저는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 백신인 브이3(V3)를 만들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정치인 안철수는 서울시 치료를 위한 브이포(V4)를 실현하는 시장이 되겠습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수 야권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오세훈·안철수 후보는 15일 비전발표회를 함께 열어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정 10년 실정을 해결할 적임자가 ‘자신’이라고 내세웠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 재임 시절 마무리 못한 각종 공약을 완결하는 ‘시즌2’를 선보이겠다고 했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전문가인 안 후보는 서울시를 경제도시로 만들 ‘브이포(V4)’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비전발표회는 두 후보가 서울시 비전을 발표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두 후보가 단일화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직접 합의했던 비전발표회는 애초 주말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단일화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이날로 연기돼 열렸다.
먼저 발표에 나선 안 후보는 ‘경제도시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서울의 경제 성장률은 10년간 제자리 걸음이며 실업률은 10년째 선두를 다투고 있다. 서울은 더 이상 경제 수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한 뒤, △고부가 가치의 지식자본도시 △세계인이 모이는 코스모폴리탄 도시 △신성장 동력의 융합경제 실행 △함께 살아가는 공유 가치 창출을 제시했다. 그는 이 4가지 목표에 ‘브이포’라는 이름을 붙였다. 안 후보는 또 코로나19 대응책으로 “백신 앱을 만들어 내가 언제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알 수 있고, 부작용이 예상되면 바로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오 후보는 박원순 전 시장의 실정을 지적하면서 자신이 시장을 맡던 시절 성과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오 후보는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많은 것이 퇴보했다. 주거·교통·공원 등 모든 것을 따지는 도시경쟁력에서 뒤쳐졌고, 도시재생사업은 예산만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계 1위 도시 서울’을 만들겠다며 권역별 개발 공약을 발표하고, 여성·장애인·노인·어린이·저소득층 등의 주거·일자리·건강·보육 등 정책을 촘촘하게 세우는 ‘그물망 복지’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두당의 실무협상단 논의가 삐걱거리면서 서로의 정치적 약점을 지적하며 날선 공격을 이어갔던 두 후보는 비전발표회에 앞서 화해의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제 표현이 너무 직설적이었던 것 같다. 안 후보께 죄송하다.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오 후보는 안 후보를 겨냥해 “야권 분열을 일으키는 후보”라고 비판했고, 이에 안 후보는 이날 “예의를 지키라”며 불쾌감을 내비친 바 있다.
이날 두 후보는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질문을 받자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가기도 했다. 안 후보는 ‘윤 전 총장과의 연대가 진척되고 있는가’라는 취재진 물음에 “저도 정치권 바깥에 있다가 정치권에 들어오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총장님께서 야권에 도움이 되는 어떤 형태로라도 자리 잡을 때 직접적으로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간접적으로 윤 전 총장과 모종의 대화가 있었는데, 제가 확인한 바로는 적어도 단일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윤 전 총장이 단일화 후보 어느 쪽과도 함께 하는 모습이나 도와주는 모습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그 내용은 윤 전 총장이 야권 단일후보 누구든지 지원하실 수 있다는 뜻 아니겠나. 큰 야권이 되는 데 (윤 전 총장) 본인도 찬성 입장인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날 양쪽 실무협상단은 오전 11시부터 협상을 벌여 오는 16일 오후 5시30분부터 80분 동안 티브이(TV)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이어 17∼18일 이틀 동안 두 기관에서 여론조사를 진행한 뒤 후보 등록 마지막 날인 19일에 보수 야권 단일 후보를 발표한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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