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17년 대선 패배 뒤 줄곧 내리막이다. 체급을 낮춰 재도전한 서울시장의 꿈마저 신기루처럼 날아가버렸다. 2~3주 전만 해도 당선이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였기에 단일화 레이스 막판에 허용한 역전극은 더 쓰라리다. 이제 동지는 얼마 없고, 그의 곁엔 해지고 빛바랜 ‘새정치’의 깃발만 나부낀다. 정치인 안철수에게, 4·7 재보선 이후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동지는 얼마 없고, ‘새정치’ 낡은 깃발만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단일후보로 확정된 뒤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많은 분이 야권의 서울시장 단일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국 정치가 바뀔 수 있단 희망 보셨을 거라 확신한다. 서울시장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만, 저의 꿈과 각오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성의 낡은 정치를 이겨내고, 새로운 정치로 대한민국을 바꾸겠다는 저 안철수의 전진은 외롭고 힘들더라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20일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안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으며 당선권에 근접했다. 지난 1일 금태섭 전 의원과의 ‘제3지대’ 단일화에서 승리한 뒤 서울시장이란 최종 목적지에 한 걸음 더 다가갔지만, 제1야당 국민의힘과의 ‘두 번째 단일화’에선 패배했다. ‘윤석열 파동’과 ‘엘에이치 투기 스캔들’을 거치며 격화된 정권심판론이 그에겐 도리어 악재가 됐다.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선 힘있는 제1야당 후보를 서울시장에 당선시켜야 한다는 심리가 야권 지지층에 확산된 결과였다.
국민의당과 안 후보로선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오 후보가 상승세를 타는 동안, 단일화 협상에 시간을 허비하며 ‘골든 크로스’(지지율 역전)를 허용한 게 뼈아픈 패착이었다. 티브이(TV) 토론과 정책 발표 등에서도 제1야당의 조직력을 넘어설 개인기를 보이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도 있다.
오세훈 당선 땐 제3지대 입지 급격히 축소
안 후보의 서울시장 도전은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두번째다. 앞서 그는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사퇴로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하고 출마하지 않았다. 2018년에는 바른미래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와 완주했지만, 박원순 시장과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 밀려 3위에 그쳤다. 그 사이 그는 유력 대선주자이자 한국 정치를 혁신할 ‘새정치의 아이콘’에서 중도와 보수에 양다리를 걸친 ‘이만저만한’ 차기 주자로 위상이 하락했다.
안 후보는 일단 단일후보가 된 오 후보의 선거 운동을 돕는 데 주력한 뒤 야권 재편과 2022년 대선 준비 과정에서 존재감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제3지대의 한계를 절감한 안 후보가 결국엔 약속했던 합당을 통해 제1야당에 편입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단일 후보가 되는지와 상관없이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를 피한다면 더 옹색해질 것”이라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과 제3지대를 도모하는 경로도 있겠지만 결국 자의적인 결정보단 환경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물론 단일화 과정에서 오 후보와 박빙 승부를 벌였고,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적지 않은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그의 대선주자로서의 가치가 죽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안 후보는 이날 결과 발표 전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제가 정말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는 것이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교체다. 그래서 저는 어떤 역할을 하든 대선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데 모든 역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시장이 안 된 만큼, 그가 생각하는 ‘역할’에서 ‘대선 후보’는 상수라고 보는 게 상식이다.
그의 구상에서 ‘대선후보’는 여전히 상수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해 ‘탄핵정당’의 꼬리표를 떼어내면, 가뜩이나 좁았던 제3지대의 입지는 더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들을 고려하면,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힘 안으로 들어가 대선을 준비하며 재기를 노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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