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9일 밤에 열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방송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서울 내곡동 땅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오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아내와 처가가 소유한 내곡동 땅에 대해 ‘36억원대 셀프보상’을 했다는 의혹에 더해 단독 주택용지 분양권까지 받았다는 의혹을 새롭게 제기했다. 민주당은 “오 후보의 거짓말은 수습 불가능한 지경”이라며 후보 사퇴를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대응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김태년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의) 티브이 토론회에서 오세훈 처가 일가가 (내곡동 땅에 대해) 36억5000만원 보상금을 받은 것 외에 단독주택 용지를 분양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 후보는 처가 일가가 주택용지를 추가로 분양받았는지, 그게 몇 평인지,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오 후보 처가에 ‘단독택지를 분양받을 권리를 부여했고, 감정평가 금액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적혀 있다. 박영선 후보는 이를 근거로 전날 <문화방송>(MBC) 토론회에서 “추가로 (보상) 받은 것은 없으시죠”라고 물었고, 오 후보는 “없다. 정확히 말하면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단독주택용지를 추가로 특별분양 공급받았다고 답변이 왔다”고 파고들었고, 오 후보는 “몇 평이나 받았죠? 정확히는 제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운데)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민주당은 오 후보가 ‘또’ 거짓말을 한다며 파상공세를 폈다. 민주당은 “땅의 위치와 존재도 몰랐다”던 오 후보가 2005년 내곡동 땅 측량에 직접 입회했다는 증언이 나온데다, 해당 땅에 대한 추가 보상 의혹이 제기되자 후보직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 후보는 자신이 (내곡동 땅) 측량현장에 있었는지는 이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그게 본질”이라며 “애초 오 후보는 내곡동 땅 위치와 존재도 모른다고 했다. 공직에 출마한 후보가 거짓말한 것만큼 중요한 검증 사안이 어딨겠냐. ‘셀프보상 의혹’에 대해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는 게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땅과 관련한) 양심선언이 나오면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한 건 오 후보”라며 “거짓말로 속이고 대통령이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에 끼친 해악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명박의 추억은 한 번이면 족하다. 오 후보는 본인이 한 말을 책임지고 약속대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홍익표 정책위의장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까지 소환해 “오 후보는 어제 ‘기억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과거 클린턴 대통령이 ‘부적절한 관계 없었다’고 했는데 바꾸어 말하면 부적절한 관계 있었다는 것이었다”며 “기억 앞에 겸손하다는 얘기는 뒤집어 말하면 진실 앞에 겸손하지 않은 것이다. 말 장난으로 거짓말을 자꾸 넘어가려고 하지 말라”고 말했다.
반면 오 후보 쪽은 의혹이 제기된 다음날 “추가 보상은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김은혜 대변인은 “박 후보가 언급한 문건을 보니 일정면적 이상의 소유자에게 택지 분양권을 주도록 규정돼 있다. 오 후보의 배우자는 (공동상속 받은 땅 중 지분이) 8분의1에 불과해 분양권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둘째 처남만이 권리를 사용해 7억3천만원에 (단독택지) 분양권을 구입했으나 이후 해당 금액과 동일한 액수로 되팔았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사전 개발정보를 입수한 것도 아니고 50년 전 초등학생이던 배우자가 상속받아 국가 임대주택지구에 수용된 걸 마치 투기인양 덧씌우기를 하는 마타도어도 어이가 없지만 선거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아니면 말고 식의 흑색선전을 던지고 보는 민주당의 몸부림이 안쓰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오 후보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알고보니 (에스에이치에서)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더라. 그래서 큰 처남은 주택을 살 권한을 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안 샀고, 작은 처남이 7억3천만원에 샀는데 그걸 거의 같은 가격에 팔았다”고 말했다.
서영지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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