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1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공원 인근에서 열린 순회 인사 및 유세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5일부터 일주일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원 유세를 이어오고 있다. 안 대표가 적극적으로 국민의힘 유세에 나서는 것을 두고 향후 야권 정계 개편 행보를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받고 있다.
일주일 내내 지원 유세 벌인 오세훈, 부산까지 확대
“다음엔 대통령해요” “정말 멋있어요”
안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시민들에게 기호 2번을 외치며 인사를 건네자 응원이 이어졌다. 안 대표는 “오세훈 후보를 찍어달라” “오 후보를 잘 부탁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없이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등과 유세차에 오른 안 대표는 “야권 일각에서 사전투표에 부정선거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 시민들이 훨씬 더 잘 감시하면 그런 가능성은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도 청년들과 4월2일 사전투표하겠다”며 투표 독려에 나섰다. 정권심판론을 강조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불공정하고 정의가 사라진 사회를 만든 정부를 심판해야 하지 않겠나. 심판하려면 기호 2번 오세훈 후보를 찍어달라”며 “꼭 투표에 참여해야 이 정권을 심판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전날도 오 후보를 비롯해 나경원 전 의원 등과 함께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집중 유세를 벌이기도 했다. 오 후보가 티브이(TV) 토론회 준비로 유세에 나서지 못하는 날 안 대표가 그 공백을 메우는 등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5일부터 일주일 동안, 주말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원 유세를 이어오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 유세 지원을 위해 당 최고위원회의도 열지 않고 있다. 내달 1일엔 부산시장 보궐선거전 지원으로 보폭을 넓힐 계획이다.
안 대표가 그 누구보다 열심히 국민의힘 선거를 돕는 이유를 두고 재보선 이후 야권 정계개편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보선 뒤 합당을 약속했던 안 대표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에 들어가 재기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단일화 시너지 효과를 기반으로 재보선 승리에 기여한다면, 야권 정계 개편 과정에서 목소리를 더 크게 낼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재보선에서 정당의 중요성을 느낀 안 대표가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 후보가 돼서 조직력을 가지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과 싸우는 구도를 그리고 있는 것 같다. 고 김영삼 대통령 모델을 염두해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단일화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원 유세에 나선 안 후보를 예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 대표의 지지층을 최대한 흡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세훈 후보 캠프 관계자는 “단일화 과정에서 언제 잡음이 있었냐는 듯이 오세훈-안철수 ‘꿀케미’를 보여주고 있다. 내 일처럼 나서주는 안 대표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내부에서 벌써부터 안 대표를 견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4일 “(안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니 앞으로 대선 행보를 또 한 번 해보겠다는 뉘앙스가 비쳤다. 내년 대선 후보 선출 때 본인이 또 장애요인이 될 것 같으면 결정적으로 정권교체에 지장을 초래할 텐데 그 짓을 할 수 있겠나”라고 공개적으로 안 대표를 견제하기도 했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국민의힘 의원도 <한겨레>에 “우리로서는 안 대표가 의외로 적극적인 선거 운동을 해주니 고맙다”면서도 “시민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는 유세 없이 마이크 잡는 유세만 하는 등 선거 승리의 흐름을 타 자기 정치만 하고 있다는 생각도 지우기가 힘들다. 재보선 이후 합당이나 입당 과정에서 지분 다툼이 심화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안 대표의 ‘철수 이미지’ 변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2년 대선 과정에서 후보직을 내려놓은 뒤 선거 운동을 돕지 않고 대선 당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과정에서 얻은 ‘철수 이미지’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안 대표는 지난 일주일 동안 오 후보 유세차에 오를 때마다 “‘야권 단일 후보 경선에서 진 사람이 왜 여기 와 있지’ 이렇게 말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 저는 딱 하나 약속을 지키러 왔다. 누가 후보가 되는 것보다 야권이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을 연일 강조해왔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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