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새 원내대표를 뽑은 여야가 5월 국회 시작부터 격전에 돌입할 태세다. ‘친문 핵심’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맞수로 지난달 30일 ‘영남 중진’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선출되자 여야 간 긴장감이 한층 높아진 듯하다.
3일 여야 신임 원내대표의 첫 회동을 하루 앞둔 2일, 김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는 머릿수와 주먹으로 하는 게 아니라 머리와 가슴으로 한다”며 선제 공격을 날렸다. 그는 “(내일 윤 원내대표를 만나) 그런 의미를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17대 국회 때에 함께 들어온 ‘금배지 동기’로, 초선 의원이던 2006∼2007년 행정자치위, 여성가족위, 정치관계법 특위 등을 함께 했다. 둘 다 대변인·정책위의장 등을 거쳤지만, 파트너로 만나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계파색이 옅고 온건파로 분류됐던 김 원내대표는 2018년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사건을 계기로 반문(재인) 연대를 출범하자고 강하게 주장해왔다. 전당대회가 열릴 때까지 당 대표 권한대행의 역할까지 맡게 된 그는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오찬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그냥 만나기만 하면 의미 없다. 무엇을 얘기할지 의견에 접근하는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며 날을 세웠다. 청와대에 호락호락하게 보이지 않겠다는 전의가 엿보인다.
여야는 당장 법사위원장 등 국회 상임위원장 재배분을 놓고 기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경선 기간 동안 민주당이 독식한 상임위원장 자리를 ‘여당이 강도질로 빼앗은 장물’로 표현하는 등 강하게 반발해왔다. 그는 이날도 기자들에게 “원 구성 일방 단독 강행 문제는 정상화 돼야 한다. 상식의 회복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물러설 수 없음을 강조했다. 지난 1년간 당 내부에서 ‘거여’ 앞 무기력한 지도부 모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던 만큼, 임기 초반 투쟁력을 보일 강한 리더십을 앞세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1 임시전국대의원대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듣기로는 김 원내대표가 만만한 분이 아니라고 한다”며 “특히 앞으로 대선 정국에서 야당이 차별성·투쟁성·선명성을 내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강경한 모습을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원 구성 재협상이나 법사위원장 문제에 대해서는 윤 원내대표가 ‘재협상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상태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반적인 당의 기조는 윤 원내대표와 신임 당 대표가 함께 방향을 잡아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사위원장의 경우 민주당은 이미 박광온 의원을 신임 위원장으로 내정한 상태라 이를 다시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김미나 송채경화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