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재원을 지원하는 <교통방송(TBS)>과 거리를 두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이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향해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독립법인화가 이뤄진 <교통방송>에 서울시장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국민의힘이 김어준씨의 ‘방송 편향성’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한 모양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2일 자료를 내어 지난해 2월 <교통방송>이 독립재단으로 전환한 직후 개정한 제작비 지급 규정이 김어준씨 출연료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소속이었을 때 <교통방송>의 최대 출연료는 110만원(사회비 60만원, 송출지급비 50만원)이었는데 독립재단 전환 뒤 이를 200만원으로 올렸다는 것이다. 또 최대 진행비를 초과해 지급하는 경로도 기존 ‘편성위원회 심의’에서 ‘대표이사 방침’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허 의원은 “규정 개정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 <교통방송>에 ‘개정된 조항에 따라 상한액을 초과 지급한 사례’를 요구했지만 ‘정보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더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교통방송>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독립법인 출범 후 조직 운영에 필요한 내부 규정을 이사회를 통해 순차적으로 제정하고 정비하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고 타당한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김씨를 위한 규정 정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2017년부터 4년여간 <교통방송>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제재 의결을 받은 현황을 분석한 결과, 총 44건의 제재 중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법정제재 7건, 행정지도 26건 등 총 33건의 제재를 받았다고 밝혔다.
오 시장 ‘영향력 행사’ 현실적으로 불가능…국민의힘과 역할 분담
4·7 재보궐 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교통방송>과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향한 서울시의 압박이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오 시장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 프로그램의 편향성을 지적했고,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후보들은 입을 모아 <교통방송>의 역할을 ‘교통 정보성 방송 제작’으로 돌려놓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 시장은 취임 뒤 <교통방송> 문제에 공식적인 의견을 내놓은 적이 없다. 오 시장은 오히려 <교통방송>에 대해 “아예 보고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게 지난달 28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알려졌다. 조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오 시장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많은 국민이 우리 공영방송이나 <교통방송>의 현주소, 문제점, 나아갈 방향 등을 생각하셨을 것이다. 방송의 보도가 선거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된 것 자체를 스스로 부끄러워할 것으로 생각한다. 방송이 중립성, 객관성을 잃어선 그 방송사로 책임이 돌아가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서울시 차원의 제재나 압력을 가할 계획이 없다는 얘기다.
오 시장의 이런 행보는 <교통방송>이 독립재단으로 분리된 상황에서 서울시장이 방송 제작 시스템에 현실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교통방송> 프로그램 편성 권한은 물론 예산이나 인사 또한 오 시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울시장은 <교통방송> 이사장과 대표 등을 임명하는 임원추천위원회 7명 가운데 2명을 추천할 수는 있으나, 여당 다수인 시의회(3명)와 <교통방송> 이사회(2명)가 나머지를 임명하는 구조여서 오 시장 입김을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또 시장이 재단 수입의 70%를 차지하는 서울시 출연금을 대폭 삭감하려고 해도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90% 이상인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 오 시장이 프로그램 폐지나 진행자 교체를 추후 강제하게 된다면 이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방송법 4조는 방송의 자유·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누구든지 방송법이나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규제·간섭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도 오 시장은 <교통방송>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국민의힘에서는 ‘김어준 방송 편향성’을 지적하는 이중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미나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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