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초선 모임 ''더민초''의 간사인 고영인 의원이 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더민초 쓴소리 경청 20대에 듣는다'' 간담회에서 참석한 20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만약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촛불집회의 대상은 민주당이었을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6일, 20대 청년들의 성난 목소리를 ‘1열에서 직관’했다. 4·7 재보선 참패 뒤 결성한 초선모임 ‘더민초’가 20대 청년 8명을 모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였다. 이들은 조국·윤미향 사태, 당내 군가산점제 부활 목소리에서 촉발된 젠더 갈등, 차별금지법 등 당이 민감해하는 주제들과 관련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우선 공정·내로남불 논란을 촉발한 ‘조국 사태’에 대해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는 민주당을 강하게 질타했다.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박아무개씨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과했나 안 했나”라고 되물은 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아들에게 의견을 듣는다던데 인턴 비서라도 붙잡고 허위 인턴 증명서, 표창장으로 대학 간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어떻게 너희들이 국민의힘을 찍느냐는 오만한 (여권의) 반응에 20대는 보란 듯이 반대로 가고 배를 옮겨 탈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민주당이 개혁의 주체일 수도 있지만 개혁의 대상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민주당 지지라고 밝힌 이아무개씨도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윤미향과 조국 사태 등으로 민주당이 촛불집회의 대상이었을 것”이라며 “20대가 엄청나게 실망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군가산점제 부활과 남녀평등복무제 등 민주당 안에서 나오고 있는 ‘20대 남성 정책’들을 두고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이씨는 “여성을 군대로 보낸다고 해서 성 평등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고, 최아무개씨는 “군 가산점을 정치적 목적으로만 이용하는게 좋지 않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청년 정책이 ‘남성 청년’에 한해서 다뤄지다 보니, 여성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다른 최아무개씨는 “여성 발전과 쇄신을 여성의원들에게만 떠넘겨선 안된다”며 “대통령부터 보좌진까지 성인지 감수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머뭇거리는 모습에도 비판이 이어졌다. 곽아무개씨는 “민주당이 차별금지법같이 기본적인 인권 관련 법을 통과시키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며 “민주당이 진보라고 불리는 것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우편향됐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초선의원 보좌진들이 섭외했다. 민주당에 실망한 이야기를 가감없이 듣기 위해 당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성이 있는 사람들은 배제했다고 한다. 이들의 날 선 비판에 초선의원들은 고개를 숙였다. 이탄희 의원은 “너무 죄송하다. 각 의원들이 내 영역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반성했다.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청년들이 일자리, 반칙 없는 세상 등을 기대하고 요구했는데 우리가 제대로 응답을 못 했고, 실패를 자인할 수밖에 없다”며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 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화상으로 간담회에 참석한 송영길 대표는 “제 아들·딸도 91년생·96년생”이라며 “민주당이 아빠의 심정으로 여러분들 아픔에 공감하고 뒷받침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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