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5년 부처님 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제되지 않은’ 언행이 논란이 되면서 당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송영길 대표의 설화가 여권의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 대표는 지난 18일 광주 5·18 기념문화센터 민주홀에서 열린 2021 광주인권상 시상식 기조연설에서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매긴 국가별 민주주의 지수를 거론하며 “미국과 프랑스는 ‘흠결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2등급 판정받았다”고 말했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청문회를 연 미국 하원의 “월권”을 지적하며 쏟아낸 비판이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서 대표발의해 통과시킨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내용이긴 했지만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집권여당 대표의 발언으로서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많다. 대북 정책과 백신 협력 등 중요 의제를 미국 정부와 조심스럽게 협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송 대표의 발언이 남북관계에 있어서 한국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취지의 표현인 것 같지만 자칫 불필요한 외교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송 대표는 당내 대선주자들 간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는 경선 연기론을 일축하는 듯한 발언으로 혼선을 자초했다. 경선 연기론에 대한 당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 당헌·당규상 경선 룰이 이미 정해져 있다. 이 말씀만 드린다”고 답하며 ‘원칙대로 하자’며 경선 연기에 반대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로 비친 것이다. 다음달 대선기획단을 띄워 경선 일정을 확정하려던 당의 기본방침과 어긋나는 발언이었고 당직자들은 “(경선 연기) 논의 자체를 한 바가 없다”며 논란을 진화하느라 애를 먹었다.
송 대표는 과거에도 설화를 빚은 사례가 적지 않다. 2010년 11월 인천시장 시절, 북한의 포격을 받은 연평도 현장을 방문해 포연에 그을린 소주병을 들어올리며 ”완전 이거는 진짜 폭탄주네”라고 했고, 지난해 6월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대)포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고 되묻기도 했다. 당 대표 취임 직후인 지난 7일에는 국제학교 설립 필요성을 강조하며 “혼자 사는 남편이 술 먹다가 돌아가신 분도 있고, 여자는 바람나서 가정이 깨진 곳도 있다”며 논란을 일으켰다.
송 대표는 공식 행사에서 즉흥 발언이 많다고 한다. 준비되지 않은 발언을 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온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당내에서는 송 대표의 발언이 ‘집권여당 대표’라는 책임에 걸맞게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의원 개인일 때 발언하는 것과 집권여당 대표로서 발언하는 것은 중요도나 무게감에 있어서 다를 수밖에 없다”며 “예민한 이슈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의 경우 여당 대표인만큼 용어 사용에 있어서 조율이 필요하고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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