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6일 경기도 가평군 북면 용소폭포에서 열린 경기도 청정계곡 생활SOC 준공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1위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간판 정책인 ‘기본소득’에 후발주자들의 견제가 쏟아지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모두 ‘실현 가능성’을 들어 기본소득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이 지사를 여권 1위 주자로 밀어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기본소득’이지만, 다른 나라도 전국적 단위로 실시한 전례가 없고 재원 마련 방법 등도 견해차가 커 앞으로 대선 국면에선 되레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3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지사의 기본소득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오랜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은 기본소득이 현시점에 우리에게 필요하지도, 적절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가성비’가 낮고, 불평등 해소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는 동일하게 나눠주되 과세를 통해 형평성을 기하자는 입장이라 하는데, 효과도 불분명한 기본소득을 실시하려고 국가 대계인 조세개혁을 하자고 하면 국민들이 얼마나 동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우선 소액이라도 받아보고 효능을 느끼면 증세에 동의해줄 거라는 믿음은 ‘동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증세에 따른 조세저항을 지적한 것이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실현 가능성’과 ‘효용성’ 두가지 측면에서 기본소득에 부정적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8일 <한국방송>(KBS) 라디오에서 “국민 한 사람에게 달마다 50만원을 준다고 해도 우리나라 1년 예산의 절반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세금을 지금보다 2배로 내야 한다는 이야기”라며 “부자건 가난한 사람이건 똑같이 (돈을) 나눠주는 것이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될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 대신 복지제도를 대폭 확대하는 ‘신복지 구상’을 대안으로 꼽는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의원도 ‘기본소득 만능론’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지 정책 논의가 현금을 얼마나 나눠주느냐 일변도로 흘러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기본소득 개념을 바탕으로 한 ‘청년 배당’을 도입해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청년들에게 분기당 25만원의 배당금을 주는 방안을 관철하면서 ‘추진력’을 인정받고 ‘정치적 효능감’을 확인받았다. 하지만 대선 주자로 나선 이후엔 기본소득을 고리로 공격받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도입한 정책을 국가 단위로 확대할 경우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재원마련 방안이다. 이 지사가 기본소득을 도입하더라도 기존 복지 제도를 축소하지 않겠다고 한 터라 ‘비현실적’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기본소득의 효과에 대한 학계 차원의 검증이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 대선을 앞두고 정책 검증 강도가 높아질 수록, 기본소득을 겨냥한 공세 수위도 함께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 지사가 선두주자이다 보니 기본소득 공격도 늘어나는 것 같다”며 “관건은 이 지사가 얼마나 촘촘하게 기본소득 설계를 해서 국민들을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검증과 이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이 지사의 과제인 셈이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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