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이미지. 이 사진은 광고용 이미지컷을 활용한 것으로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6년 동안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한 ‘수술실 폐회로티브이(CCTV) 설치법’이 대선 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설전으로 비화하며 정치권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법안에 ‘유보적’인 이 대표를 향해 여권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여야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수술실 시시티브이 설치법에 대해 “찬반을 지금 언급하기보다는 좀 더 숙성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 도입에 유보적인 태도를 거듭 확인한 것이다. 앞서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제1야당 전당대회를 기다리느라 6월 국회의 절반이 지나 할 일이 쌓여있다”며 “유령 수술과 의료사고 은폐, 수술실 내 각종 범죄를 막아내야 한다. 새로운 야당 지도부는 수술실 시시티브이 설치법에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국민의힘 새 지도부에 수술실 시시티브이 설치법 처리 동참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한국방송> 인터뷰를 통해 “의료사고를 줄이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면서도 “의료행위에서 의사들이 굉장히 소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 사회적 논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 대표가 시시티브이 설치에 부정적인 의사들의 입장을 일정 부분 대변하자, 이재명 지사는 15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준석 대표의 당선으로 ‘할 일은 하는’ 정치를 기대해온 시민들 바람과 동떨어진 실망스러운 답변이다. 엘리트 기득권을 대변해왔던 국민의힘의 기존 모습과 달라진 게 없다”고 질타했다. 수술실 시시티브이 설치는 대선주자인 이 지사의 핵심 공약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여당이 선악 논리로 법안에 접근하고 있다. 입법 내용을 찬성하면 선, 반대하면 악이라는 식으로 야당을 대하는 방식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맞받았다.
의료사고 진상규명과 부정의료, 환자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수술실 시시티브이 설치법은 2015년 19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됐지만 번번이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의료 행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입김이 반영된 결과다. 21대 국회 들어 민주당 안규백·김남국·신현영 의원이 각각 발의한 3건의 법안도 아직 뚜렷한 진전이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세 차례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를 열고 공청회까지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는 수술실 ‘입구’에 의무 설치하는 조항에는 동의했지만 수술실 안에 시시티브이를 설치를 의무화하는 부분에 대해선 이견이 크다. 야당은 ‘자율’에 맡기자는 쪽이고, 여당은 복지위원마다 의견이 다르다. 제도 도입의 핵심인 수술실 내부 시시티브이 설치를 놓고 여당 안에서도 단일안이 없는 셈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의 민주당 관계자는 “상임위 간사를 중심으로 의원별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수술실 내부 시시티브이 설치는 자율에 맡기되, 공공의료기관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하자는 절충안을 냈다. 이 방안도 민간의료기관에 시시티브이 설치를 강제하는 조항이 아니어서 당초 법 제정 취지와 비교해 대폭 후퇴한 내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오는 23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법안 심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부 절충안은 국민이 원하는 법이 아니다. 핵심은 수술실 내부에 시시티브이를 설치하는 것”이라며 “23일 법안소위에서 민주당이 수술실 입구에만 시시티브이를 설치하는 식으로 타협한다면 국민의힘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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