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을 지명했다. 청와대는 ‘윤석열 당선자 쪽의 의견을 들어 인선했다’고 밝혔지만 윤 당선자 쪽은 “협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놓고 정면충돌한 양쪽이 한은총재 인선을 놓고 또 다시 갈등하는 모양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낮 12시10분께 춘추관을 찾아 이창용 후보자 지명 사실을 알렸다. 박수현 수석은 “이창용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를 등을 거친 경제·금융 전문가로 국내·국제 경제 및 금융통화 분야에 대한 이론과 정책, 실무를 겸비하고 있다”며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박 수석은 “경제·재정 및 금융 전반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경험, 글로벌 네트워크와 감각을 바탕으로 국내·외 경제·금융 상황에 대응하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통화신용정책을 통해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오는 31일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 2019년 1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국장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은 총재 후보자를 지명한 것과 관련해 “한은 총재 직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오늘도 대통령께서 회의 끝에 회동과 관련해서는 언제든지 조건 없이 해야 한다라고 하는 취지의 말씀이 있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윤 당선자 쪽은 한은 총재 후임 인선이 발표된 직후 기자들에게 공지를 통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며 ‘당선자 쪽과 협의했다’는 청와대의 설명을 정면 반박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한은 총재와 감사원 감사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 후임 인선을 위해 윤 당선자 쪽에 인사 협의를 요청했으나 윤 당선자 쪽은 인사를 보류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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