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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이명박·김경수·정경심·이재용 사면 검토

등록 2022-04-26 17:32수정 2022-04-27 02:45

여권 고위인사 “사면 요구 거세 고민중”
정의당은 “사면권 남용 우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장관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사면 검토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 임기 만료를 앞두고 각계에서 몰려드는 사면 요청에 막판 고심 중인 모습이다. 임기말 사면 검토 기류에 “사면권 남용”을 우려하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권의 한 고위 인사는 26일 “사면을 해야한다는 외부의 요구가 매우 거세서 고민을 하고 있다”며 “법률가인 문 대통령이 현재까지 사면에 부정적이지만, 조만간 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면을 할 경우, 석가탄신일(5월8일)을 계기 삼기보다는 임기 말 특별 사면 형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마지막 간담회에서 이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사면 가능성을 열어놓는 발언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 중에 마지막 사면을 하실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사면의 요청이 각계에서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들의 지지 또는 공감대 여부가 여전히 우리가 따라야할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이 퇴임(5월9일)을 코앞에 두고 사면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는 대신, 사면 요청이 강하다는 것을 밝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때도 내걸었던 ‘국민 공감대’를 다시 제시하면서 고민 중임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종교계와 경제계 등은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사면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불교계 등은 불교 신자인 정경심 전 교수의 건강 악화를 이유로 들며 김경수 전 지사,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일괄 사면이 필요하다는 사면 청원을 청와대에 낸 바 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사면 복권을 청원하고 나섰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8월 투자 확대 등을 이유로 가석방된 바 있다. 이석기 전 의원에 대한 사면은 노동계 쪽에서 요구하고 있다. 앞서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도 청와대에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요청한 바 있다.

정치적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야 양쪽을 두루 포함하고 대상자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사면을 단행할 여지가 있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방송된 손석희 전 <제이티비시>(JTBC) 앵커와의 대담에서 “(조국 전 장관의) 가족이 겪는 고통이 마음 아프다”며 정경심 전 교수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정 전 교수는 올 1월 대법원에서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에 대해 징역 4년의 유죄가 확정됐다.

이날 정의당은 문 대통령이 사면권을 남용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사면권은 최소한 절제된 권한 행사여야 하며, 사법 정의와 법치 실현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면서 “‘뇌물·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에 대해 사면권을 제한한다’고 했던 문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약속을 깨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명박·이재용’ 사면 요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새삼 ‘국민 정서와 공감대’ 운운하며 사면론을 다시 꺼내는 것은 자기 모순이며 국민 기만”이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25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반대하는 의견은 50%에 이르렀다. ‘사면해야 한다’는 응답은 39%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배현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면은 현직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윤 당선인이 언급하거나 평가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기자들에게 “대통령 고유 권한이고, 대통령의 결단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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