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표정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왼쪽)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1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청와대·한나라 ‘곤혹’…“돌발 사건” 파문축소 안간힘 야권은 1일 김옥희씨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의 도덕적 불감증과 한나라당의 부 패를 재확인시켰다”며 특별검사 수사도 필요하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곤혹감 속에서 “돌발적 사건”이라며 의미 축소를 꾀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은 역시 부패원조당”이라며 “한나라당은 우리 정치를 돈 정치로 몰아넣었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획기적 대책을 내놓으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업무를 담당했던 박주선 최고위원은 “대통령 사촌 처형이 공천과 관련해 3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국민을 경악케 한다. 청와대가 먼저 조사한 뒤 가공된 정보를 검찰에 준 사실은, 사건을 축소·왜곡해서 검찰의 수사 범위를 지정해 준 게 아닌지 의아스럽다”며 “특검 수사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대응책을 구체화하겠다는 태도다. 최재성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찰이 공안부가 맡아야 할 공천 비리, 대통령 친인척 비리사건을 금융조세조사부에 배당한 것은 문제”라며 “검찰이 의혹을 명백히 밝히지 못하면 특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국민들은 30억원을 주고도 비례공천을 받지 못한 한나라당의 부패상을 보면서, 과연 돈이 부족해서 그런 건지, 전문성이나 자질이 부족해서 그런 건지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시의원까지 지낸 사람이 단지 영부인 사촌언니 ‘빽’만 믿고 30억원을 뿌렸겠느냐”며 “이번 사건은 단순히 75살 할머니의 작품이 아니라 윗선이 개입했다는 게 너무나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돌발 사건일 뿐, 과거처럼 대통령 친인척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와는 다르다”며 파문 축소를 꾀했다. 청와대 민정라인의 한 관계자는 “좋은 뉴스는 아니니까 분위기가 좋을 리는 없다”며 “그러나 이번 사건이 정권이나 한나라당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씨가 정권 실세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인사와 접촉했다는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해프닝성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자체적으로 사건을 먼저 인지해 검찰에 넘겼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친인척 비리에 대한 일벌백계 의지를 부각시키려 했다.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이 사건은 청와대가 먼저 인지해 즉각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잘못이 드러나면 즉각 응분의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씨한테 돈을 건넨 의혹을 받는) 김종원씨가 또 다른 데 로비를 했는지 청와대가 추가 조사를 하는 것으로 안다. 만일 친인척 비리가 발견되면 일벌백계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촛불정국을 막 벗어나고, 독도 파문 등 일련의 외교상 난맥도 일단락되는 듯한 상황에서 불거진 ‘처형 비리 의혹’이 또다시 정부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탓이다. 한 초선의원은 “이제 겨우 한숨 돌렸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며 “법대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지은 조혜정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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