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무성 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원유철 “그런 말 한적 없다더라”
유승민 “나는 못 들었다” 엇갈려
유승민 “나는 못 들었다” 엇갈려
정치권 최대 화두인 ‘증세 없는 복지’ 논쟁이,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를 언급했느냐, 안 했느냐’라는 엉뚱한 논란으로 번졌다.
박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을 만나 새 원내지도부 선출을 축하하고, 경제활성화 법안 등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 새 원내지도부 선출 뒤 처음 이뤄진 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 회동에서 박 대통령은 “당정청이 새롭게 호흡을 맞추고, 삼위일체가 돼 함께 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고,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생일(2일) 축하 인사를 건네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논란은 회동 뒤 불거졌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회동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증세-복지’ 관련한 얘기는 있었고, (내용은) ‘선 경제활성화, 후 세금 논의’로 보면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한번도 증세 없는 복지라고 직접 말한 적 없다’고 한 것을 소개 올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증세 없는 복지를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는 것이냐’고 기자들이 다시 묻자 원 의장은 “네, 네”라고 답한 뒤 “박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는 없다’고 딱 부러지게 말한 건 아니다. 경제활성화가 되면 거기서 발생하는 이득이 복지가 필요한 곳으로 스며들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말씀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 브리핑과 관련해 기자들과 만나 “내가 기억이 굉장히 생생한데, 그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나도 (원 의장이 왜 그런 브리핑을 했는지) 이상했고, 청와대도 ‘왜 이런 게 나갔냐. 이상하다’고 연락을 해왔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참석자들이 그런 발언은 듣지 못했다고 하더라”며 “경제살리기에 우선 최선을 다해야 하고, 증세는 나중에 가서 생각할 일이라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관련 발언 여부를 놓고 혼선이 커지자, 원 의장도 이날 오후 “내가 잘못 전달한 것 같다”며 진화에 나섰다. 원 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 발언) 취지는 ‘국민들이 어려운데 정치권이 증세부터 얘기하는 건 곤란하다. 경제가 활성화되면 복지 재원이 마련될 테니 국회가 경제활성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협조해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 발언을 사실로 전제하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은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 ‘증세 없는 복지’가 아니었느냐”며 “(전날 ‘증세는 국민 배신’ 발언에 이어) 연이틀 대통령의 말은 복지 지출을 조정하겠다는 것인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경제활성화 대책을 밝히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동에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는 정부와 당의 정책 협의·조정 기능 강화 차원에서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매월 2차례 정례적으로 운영하고, 큰 현안이 있을 때는 국무총리, 청와대 비서실장, 당대표,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기로 했다.
조혜정 석진환 기자 zest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