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보건소에 설치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비상대책본부를 방문해 자택격리된 시민과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메르스 비상
박 대통령 경기도대책본부 찾아
오바마 대통령과 20분간 통화
온실가스 감축관련 대화 ‘눈길’
박 대통령 경기도대책본부 찾아
오바마 대통령과 20분간 통화
온실가스 감축관련 대화 ‘눈길’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 설치된 경기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종합관리대책본부 등을 방문해 일선 방역 대책 담당자들을 격려하는 등 현장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10일 메르스 사태 수습을 위해 미국 방문을 연기한 뒤 이뤄진 첫 대외 일정이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메르스 초기대응 실패에 이은 박 대통령의 소극적 행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고려해, 미국 방문이 예정됐던 다음주 내내 메르스 수습을 위한 외부 일정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도 종합대책본부 상황실을 찾은 자리에서 “방역의 핵심은 여러분이 계신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기도 대형병원들이 메르스 공동대응을 위해 힘을 합쳤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면 주민이 훨씬 안심되고 메르스 확산을 효과적으로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수원 장안구보건소를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한 뒤, 자가격리 중인 50대 여성과 직접 통화를 하며 지원이 필요한 게 없는지 등을 묻기도 했다. 메르스 대응 협력차 한국에 파견된 후쿠다 게이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차장은 장안구 보건소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 “한국의 방역담당자들이 큰 노력을 기울인 결과 아주 중요한 감염 경로 파악에 세계적인 수준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개선의 여지를 모색해 나갈 것이지만 이미 아주 강력한 조치들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현장 방문에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동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로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미뤄진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처 등을 논의했다. 전날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후퇴 발표와 관련된 ‘뼈있는’ 대화도 눈길을 끌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메르스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방미 연기 결정을 충분히 이해하며, 한국이 도전을 조속히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연기 결정을 이해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국가역량을 총동원해 대처하고 있는 만큼 조기에 종식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연기된 정상회담에 대해 “가급적 조기에 워싱턴에서 만남이 이뤄지길 고대한다”고 요청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가능한 한 빠른 시기에 방미가 추진되도록 필요한 협의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화답했다.
20분 동안 이어진 이날 통화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기후변화 대응 문제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해, 전날 정부가 사실상 온실가스 감축 목표 후퇴를 선언한 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말 파리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한국이 장기적 기후변화 목표치 결정 과정에서 최대한 야심찬 목표를 제시해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발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우리 여건하에서 최적의 ‘나라별 기여 공약’(INDC) 제출을 위한 공론화 과정을 진행 중에 있다”고 전하며 “우리의 경우 선진국들과 달리 제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에너지 효율도 높아 감축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지만, 의욕적인 목표가 도출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11일 2009년 이후 국제사회에 약속해온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사실상 뒤집는 내용의 장기 계획안을 제시한 바 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와 관련해 4가지 안을 제시했지만, 최대 목표치를 가정한 시나리오를 따르더라도 지금껏 국제사회에 밝혔던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에는 미치지 못한다. 국내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세계 7위 온실가스 배출국의 책임을 외면한 채 기업들의 논리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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