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연설뒤엔 기립박수…“명연설” 찬사
일각선 “여론 밀리자 목소리 높인듯”
일각선 “여론 밀리자 목소리 높인듯”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를 가장 많이 언급했지만 제스처를 써가며 가장 힘주어 강조한 대목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연설 마지막 부분이었다.
오전 10시15분,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라선 박 대통령이 미소 띤 얼굴로 내년 예산안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야당 의원들의 침묵 속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터트린 박수는 전체 연설 41분 동안 모두 56차례였다. 지난해 시정연설 때 박수 28차례의 두 배다. 특정 어젠다에 51차례, 입퇴장 때 2차례, 국회에 덕담을 할 때 3차례였다. 일부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박수를 유도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먼저 박 대통령이 올해 경제 성과와 내년 예산의 의미를 차분하게 짚어내려가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16번의 박수로 화답했다.
박 대통령의 목소리는 한층 높아졌다. 공공·금융·노동·교육 부문 등 4대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부분에서 12번, 경제활성화 법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등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대목에서 9번의 박수가 나왔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에 대해선 짧게 언급해 2번의 박수만 나왔다.
연설 마무리 직전, 박 대통령이 웃음기 없는 얼굴로 “‘기본이 선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한다”며 ‘본론’인 국정 교과서 문제를 꺼냈다. 박 대통령은 ‘혼’과 ‘민족성’ ‘다른 나라의 지배’ ‘민족정신 잠식’ 등 민족 정서를 자극하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이후 박 대통령이 결기에 찬 표정에 떨리는 목소리로 국정화 의지를 담은 17개의 문장을 쏟아내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12번의 박수를 보탰다.
연설이 끝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한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명연설이었다”는 김성태 의원 등의 찬사를 받으며 박 대통령은 다시 환한 웃음을 띤 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본회의장을 떠났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누군가 앞장서서 연신 박수를 치는 바람에 의원들이 ‘왜 이 대목에 박수를 치지?’ 하면서 따라간 적이 꽤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박 대통령이 교과서 이야기를 할 때 목소리도 높아지고 제스처를 하기도 했다”며 “(여론에서) 밀리다 보니까 자신이 없어 오히려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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