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의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 “모든 관련 당사국들은 남중국해 행동선언(DOC)의 문언(문구)과 정신, 그리고 비군사화 공약들을 준수함으로써 남중국해의 평화·안정 증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컨벤션센터(KLCC)에서 개최된 제10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한국은 그간 여러 계기에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분쟁은 관련 합의와 국제적으로 확립된 행동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함을 강조해 온 바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남중국해공동선언은 2002년 중국과 아세안 11개국 정상이 체결한 것으로, 당사국들이 남중국해 분쟁을 평화적으로 처리하고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세안은 공동선언의 구속력 있는 이행방안을 담은 ‘남중국해 행동수칙(COC)’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중국해 비군사화 공약’과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군사화할 의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며 “유관국들이 공식·비공식적으로 (비군사화) 공약을 했고, 그런 공약을 서로 잘 지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남중국해는 전 세계 에너지 교역량의 3분의 1 이상이 통과하는 주요 해상교통로이며 한국의 경우에도 원유수입량의 90%, 수출입 물동량의 30% 이상이 이 항로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남중국해에서의 평화와 안정은 한국에도 이해관계가 큰 사안”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대다수의 정상들이 남중국해에서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며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북핵 문제와 대해선 “북한이 핵능력 고도화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북핵 문제 해결 없이는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며 “회원국들이 한 목소리로 분명한 대북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 연쇄테러, 말리에서 발생한 이슬람무장단체 인질극, 레바논과 터키에서 발생했던 테러 공격 등을 강력히 규탄하고, 유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동아시아정상회의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회의에서 △ 폭력적 극단주의 대응에 관한 성명 글로벌 온건주의 운동에 관한 선언(말레이시아 주도) △ 정보통신기술(ICT) 안보와 사용에 관한 설명 △ 유행 및 대유행 가능성이 있는 감염병과 관련한 역내 보건안보 증진 성명 등을 채택했다. 각국 정상들은 ‘폭력적 극단주의 대응에 관한 성명’에서 “폭력적 극단주의 이념 및 선전 확산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테러 및 폭력적 극단주의와 그 선전을 규탄한다”며 “극악무도하고 반인륜적인 테러 공격을 규탄하며, 테러리즘과 폭력적 극단주의에 함께 확고히 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박 대통령 아세안 공동체 출범 서명식에서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과 만나 악수를 나눴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따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는 두 분의 좌석이 멀리 떨어져 있었던데다, 반 총장이 첫번째 발언을 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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