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정의화 국회의장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건배를 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자 ‘도덕경’ 인용해 국정운영 비판
박대통령 관심법안 처리 압박엔
“화합이 정치의 으뜸” 거부 뜻 밝혀
박대통령 관심법안 처리 압박엔
“화합이 정치의 으뜸” 거부 뜻 밝혀
정의화 국회의장이 4일 박근혜 대통령의 노동관계법 등 ‘관심법안’ 처리 요구에 대해 “화(和)가 정치의 으뜸”이라며 직권상정에 대한 거부 뜻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신년인사회에서도 “국민의 민생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며 법안 처리를 거듭 압박했지만, 정 의장은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경제살리기’를 위해서라도 화합과 통합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올해를 맞으면서 제 개인적으로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청정위천하정’(淸靜爲天下正)이라는 말이 떠올랐다”며 “맑고 고요한 가운데 나라를 다스리면 그 나라가 올바르게 다스려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사회적으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국정교과서 강행과 일본군 ‘위안부’ 졸속협상 논란 등 박 대통령의 일방주의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정 의장은 이어 “우리 사회는 갈등과 분열이 너무 심하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제가 볼 때는 화합하고 서로 통합의 정신을 가지고 나라를 하나로 마음을 다져가는 것”이라며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역시 ‘화’가 정치의 으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를 다산 정약용의 ‘식위정수’(食爲政首·먹여 살리는 일이 정치의 첫번째 할 일)를 응용한 ‘화위정수’라는 말로 표현했다. 박 대통령이 ‘경제살리기’를 명목으로 압박하고 있는 직권상정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정 의장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에게도 “경제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는 완전한 별개의 문제”라며 ‘관심법안’ 직권상정 거부 의사를 거듭 밝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 의장이 심사 기간 지정을 통한 직권상정 방침을 밝힌 선거구 획정안과 함께 노동시장 개편 5개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도 같은 방식으로 처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정치가 국민을 위한 일에 앞장서야 하고, 국민의 민생에 모든 것을 걸어줘야 한다. 정치권이 스스로의 개혁에 앞장서서 변화하여야 한다”며 정의화 의장과 국회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의 삶을 돌보는 참된 정치를 실천에 옮겨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회복하기 기대한다”며 “(4대 구조개혁을 완수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바라는 경제활력의 불꽃이 일어나지 못할 것이고, 우리 청년들이 간절히 원하는 일자리와 미래 30년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는 등 법안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신년인사회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 야당 지도부가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문제 등을 이유로 모두 불참했다. 잇단 탈당 등 당의 어수선한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 대표의 청와대 신년인사회 불참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이다. 하지만 노무현·이명박 정부 시절 제1야당 대표는 청와대 초청에도 신년인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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