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5일 국가정보원 1차장에 김진섭(58) 청와대 국가안보실 정보융합비서관을, 2차장에 최윤수(49) 부산고등검찰청 차장검사를 임명했다. 청와대가 국내 정보 및 공안 부문을 담당하는 국정원 2차장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친분이 두터운 최윤수 차장검사를 전격 발탁하면서, 국정원을 통해 본격적인 총선·대선 관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김성우 홍보수석은 최윤수 2차장에 대해 “투철한 공직관과 정보 분석력, 산업기밀 유출 등 수사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어 국정원 2차장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2차장이 지난해 말 검사장급으로 승진한 지 한달여 만에 국정원 2차장으로 전격 발탁된 것을 두고, 4월 총선과 내년 대선까지 염두에 둔 ‘정치적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현직 검사장이 국정원 2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전임 김수민 2차장(사법시험 22회)보다 한참 아래인 사법시험 31회라는 점을 고려할 때 ‘파격인사’라는 평이 많다. 특히 최 2차장은 우병우 민정수석과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다. 사법연수원은 우 수석(19기)보다 후배(22기)지만 사석에서는 말을 트고 지낼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에 청와대가 국내 정보를 수집하는 요직인 2차장을 통해 총선·대선에 본격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에서도 이번 이동을 다소 의외로 받아들인다. 한 전직 검사장급 변호사는 “검사는 법률가이고 국정원은 정보 조직”이라며 “이 둘이 가까워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대북·해외 정보를 담당하는 김진섭 신임 1차장 임명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한기범 전임 1차장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혜정 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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