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2일 이란 테헤란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962년 양국 수교 이후 54년 만의 첫 방문이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27일 “박 대통령이 이란 쪽 초청으로 5월1~3일 이란을 국빈방문할 예정”이라며 정상회담에서 경제·안보 등 양국 관계 발전 및 협력 방안,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미사일 개발 등 군사 분야에서 북한과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터라,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어떤 얘기가 오갈지 관심사다. 정상회담 뒤 박 대통령이 이란의 최고 종교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면담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김 수석은 “이란은 우리한테는 중동의 마지막 블루오션”이라고 강조했다.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 경제에 한-이란 관계 강화가 활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의 자원부국이자, 인구 8천만명에 아시아와 중동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역내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다. 사우디아라바이아가 중동 지역 무슬림의 다수를 차지하는 수니파의 맹주라면, 이란은 소수파인 시아파의 맹주다. 지난 1월 미국·유럽연합·유엔의 경제제재 해제 이후, 이란은 경제 재건을 위해 에너지·교통 등 인프라와 정유·철강 등 산업기반 확충에 나서고 있다. 이란은 경제 규모가 중동 2위권이고, 경제제재 해제로 올해 5.8%, 내년 6.7%의 빠른 경제성장세를 보이리라 전망된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236명)이 따라나선 이유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를 계기로 성사될 한-이란 경협 프로젝트 규모가 100억달러(11조5천억원)를 넘어서리라고 예상했다.
다만 정부는 한-이란 관계 강화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자극해 한-사우디 관계가 악화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란과 사우디는 올들어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처형과 이에 대응한 이란 시민들의 사우디 공관 습격으로 외교관계를 단절하는 극단적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30% 안팎이 사우디산이고, 한-사우디 무역 규모도 한해 300억달러를 넘나든다. 한-이란 교역량(2014년 기준 86억달러)의 세배가 넘는다. 이란을 잡겠다고 사우디를 놓칠 수는 없는 형편인 셈이다. 이런 사정 탓에 박 대통령이 지난해 3월 이미 사우디를 방문했음에도,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 직후 정부 고위 인사가 다시 사우디를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최혜정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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