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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4부작 ‘최순실 게이트’의 마지막 장면은?

등록 2016-10-21 21:06수정 2016-10-21 21:12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류이근
산업팀 기자 ryuyigeun@hani.co.kr

“하나도 드러난 게 없지.” 우리가 어디쯤 왔는지 묻자, 김의겸 선임기자는 망설임이 없다. 나는 생각이 달랐다. “그래도 1막은 끝난 거 아닌가?” 그러자 다시 부연한다. “꽹과리를 쳐서 사람들을 불러 모아는 놨지.” 공연은 이제부터 시작된다는 거다. 맞는 말일지 모른다. 바로 옆에 있던 하어영 기자는 “이제 나올 건 다 나온 거 아니냐”고 답한다. 자신은 없는 눈치다. 나는 김 기자의 ‘시작’과 하 기자가 말하는 ‘끝’ 사이 어디쯤에 있다.

드라마의 제목은 ‘최순실 게이트’다. 누구나 쉽게 붙일 수 있는 제목이지만, 이 제목만큼 딱 들어맞는 제목도 없어 보인다.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 그리고 신촌에 위치한 이화여대, 세종로 1번지 청와대, 심지어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촬영장소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만, 최순실이란 한 캐릭터로 끌고 가는 드라마란 점에서 제목의 설득력은 크다.

드라마는 예고편과 총 4편으로 짜여 있다. 예고편은 티브이조선이 찍었다. 최씨의 등장을 알리는 티저광고 성격이었다. 최씨로 가는 징검다리로 차은택을 택했다. 열심히 찍었지만 흥행엔 실패했다. 최순실이란 이름을 불러내지 못했다. 다른 언론들이 베껴쓸 틈도 주지 않은 채 서둘러 ‘컷’을 했다. 아비 격인 조선일보조차 받지 않았다. 그렇게 이상한 모양새로 끝이 났다.

낯뜨겁지만, <한겨레>가 드라마 총감독으로 나서 1편을 찍었다. 별 재미를 못 본 예고편을 다시 찍고 싶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다시 쓰기로 했다. 처음부터 최씨를 등장시켰다. 쉽지 않았다. 여기저기 너무 많은 흔적을 남긴 차은택씨와 달리, 최씨의 흔적을 더듬기 어려웠다. 최씨를 무대에 세운 건 그가 다니던 운동기능회복센터(CRC) 원장이 케이스포츠 이사장으로 간 사실을 확인하면서 가능했다.

지난달 20일 첫 보도 이후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 한 달이 지났다. 1편의 성공은 제이티비시와 경향신문이 촬영을 거들면서 확실해졌다. 1편이 끝날 즈음 최씨가 독일과 한국에 세운 ‘(더)블루케이’, ‘비덱’이란 이름의 유령회사가 나오고, 기업들한테서 돈을 ‘삥뜯어’(기업들은 결코 선량한 피해자는 아니니, 드라마가 종영할 때까지 기다려보자) 보내려고 했다는 줄거리가 나왔다. ‘미수’에 그치긴 했지만 드라마 스토리의 커다란 두 축 가운데 한 축의 윤곽이 거의 그려졌다. 이대 총장이 물러나는 순간 1편은 클라이맥스를 찍고 끝이 났다.

2편은 흥행한 1편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권의 치부를 눈감아왔던 ‘조·중·동’과 지상파 방송들이 1편 끝날 즈음부터 달라붙긴 했지만, 후속편은 전편만큼 흥미와 재미를 자신하기 힘들다. 스토리 전개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질 것이다. 하지만 2편의 성공 요건은 다시 최씨다. 그가 직접 남의 돈을 당긴 사실이 드러나는가에 있다. 실제 케이스포츠나 미르 재단의 돈이, 그도 아니면 기업들의 돈이 곧바로 최씨한테 흘러들어갔을까? 언론의 역할이 확 줄어드는 지점이 시작된다. 대신 수사권이 있는 검찰의 비중이 점점 커진다. 며칠 전부터 수사에 나서고 있지만, 프레임을 어떻게 짤지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2편은 흥행이 쉽지 않다. 다만 최씨가 국정 전반에 관여했다는 숱한 의혹들이 제대로 드러난다면 2편은 1편 못지않게 흥행할 수 있다.

3편은 무척 비관적이다. 드라마를 끌고 가는 건 서초동 중앙지방검찰청이다. 검사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겠지만, 북악산 밑자락 청와대는 과천 법무부나 중앙지검 길 건너편 대검찰청을 통해 표시나지 않게 자신들이 원하는 그림으로 덧칠하려 움직일지 모른다. 검찰은 잘해봤자 1편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는 있겠으나, 최씨가 국정 전반에 관여한 의혹은 봐도 못 본 척할 가능성이 있다. 1편이 끝날 무렵 청와대도 당황스러운 기색을 드러냈지만, 3편으로 갈 즈음엔 안도할지 모른다.

4편은 종방이다. 새 권력 지도가 그려질 무렵에야 촬영될 예정이다. 어떤 결말을 맺을지 모르나, 3편을 보완하는 성격이 짙을 수밖에 없다. 이 글은 나의 기자적 정체성에 서툰 작가적 상상력 그리고 미래를 함부로 예견하려 드는 점쟁이의 캐릭터를 보태 썼다. 나는 현재 편집국 공식 직제가 아닌 ‘미르티에프(TF)’에서 여러 선후배들과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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