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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하야 민심 불지른 ‘독단 개각’

등록 2016-11-02 21:22수정 2016-11-02 22:20

박 대통령, 국회와 사전협의 없이 김병준 총리 내정
3야 “청문회 거부”…안철수·박원순 “즉각 물러나라”
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으로 ‘2선 후퇴’를 요구받는 박근혜 대통령이 2일 새 국무총리와 일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인사권을 행사했다. 최순실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손 떼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방적으로 개각을 밀어붙인 것이어서, 야권 대선주자들이 본격적으로 ‘하야’를 요구하는 등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인선에 대한 소감을 밝히던 중 활짝 웃고 있다. 김 후보자는 기자회견 내내 여유있는 자세와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인선에 대한 소감을 밝히던 중 활짝 웃고 있다. 김 후보자는 기자회견 내내 여유있는 자세와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박 대통령은 이날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62) 국민대 교수를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또 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임종룡(57) 금융위원장을,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로 박승주(64) 전 여성가족부 차관을 지명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개각 인선안을 발표하면서 김병준 총리 후보자에 대해 “가치관과 경륜에 비춰 볼 때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정책 방향과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는 총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실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재 직면한 여러 난제들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내각을 탄탄하게 이끌어 갈 적임자로 판단되어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개각은 박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기습적으로 발표된 것이다. 이날은 최순실씨의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검찰에 소환된 날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책임총리’ 김병준 후보자에게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료해임 건의권을 보장해 정치권의 대통령 권한 분담 요구를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김병준 총리 후보자를 인선하면서 국회와 미리 논의하지도 않았으며, 개각 사실도 야당은 물론 여당에조차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 야3당은 개각 철회를 요구하며 인사청문회 등 향후 절차를 거부하기로 하는 등 정국 혼돈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최순실씨 국정농단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 문제와 관련해 정치적 해결을 강조해온 야권 대선주자들은 이날 박 대통령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상임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 당신에게 더 이상 헌법을 파괴할 권리가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긴급성명을 내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모습에 또다시 분노하게 됐다”며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앞으로도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면 저도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앞으로 정권퇴진 투쟁에 나설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최혜정 엄지원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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