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오후 촛불로 밝혀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뒤로 적막한 모습의 청와대가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새누리당 비박근혜계(비박계)가 4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시점’과 관계없이 탄핵에 동참할 뜻을 밝히면서, 박 대통령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애초 박 대통령은 ‘탄핵 저지’를 위해 새누리당 비박계와의 면담 등을 통해 ‘4월 퇴진-6월 대선’이라는 새누리당 당론을 존중한다는 견해를 알린다는 전략이었지만, 의원들이 면담도 거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청와대는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의 ‘탄핵 동참’ 기자회견에 대해 이날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애초 청와대는 여당 비주류 의원들이 박 대통령에게 ‘7일 오후 6시’까지 ‘4월 퇴진-2선후퇴’ 입장을 공식화하라고 요구한 만큼, 박 대통령이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내놓을 수 있도록 의원들과의 개별 면담이나 기자간담회, 대국민 담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비박계 의원들이 전격적으로 ‘탄핵 찬성’ 쪽으로 선회하면서 대응 방향 역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비상시국회위원회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며, ‘7일 오후 6시’라는 입장 표명 시한과 상관 없이 9일 탄핵 표결 전에 박 대통령이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히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날 비상시국위원회에서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기다려보자”는 의견도 제기된 만큼, 박 대통령이 직접 새누리당 당론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 비박계 내부의 ‘균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또 비박계 의원들을 개별 접촉해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 전방위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아직 9일까지 시간이 남아있다. 대통령이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촛불 민심을 돌려놓을 만큼 획기적인 대응책을 내놓을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박 대통령 탄핵 움직임으로까지 귀결된 데는, 박 대통령의 ‘떠밀리기식 대응’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왔다. 박 대통령은 사태 초기에 ‘2선 후퇴’, ‘책임총리 임명’,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 야권의 요구를 통 크게 받아들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입장을 번복하거나 역공을 취하는 모습을 보이며 촛불 민심을 자극해왔다.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하고도 ‘헌정질서를 무너뜨릴 수 없다’며 국정 주도권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지난 11월12일 100만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여론이 박 대통령 탄핵으로 급격히 쏠리는 상황에서도 ‘엘시티 비리사건 엄정 수사’ 등을 지시하며 국정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최순실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입건했는데도,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약속을 뒤집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도 거부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결국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들불’처럼 번져가자,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며 책임을 국회에 미뤘다.
지난 3일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는 헌정 사상 최대 규모인 232만명이 모여 “박 대통령 탄핵”과 “즉각 사퇴”를 외쳤다. 박 대통령 스스로 ‘탄핵 횃불’을 초래한 셈이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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