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청와대 ‘퍼스트 도그’ 새롬이와 희망이가 낳은 새끼 5마리. 청와대는 유기견 입양 공약은 지키지 않고, 개를 홍보에 이용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이 두고 나온 진돗개 9마리 가운데 일부가 분양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한겨레>가 청와대 경호실에 확인한 결과, 성견 2마리와 새끼 7마리 가운데 일부가 혈통 보존 관련 단체들에 흩어져 분양됐고, 나머지도 분양을 협의 중이다. 청와대 경호실 쪽은 “대통령이 나가시기 전에 혈통 보존이 제대로 되고 잘 관리할 수 있는 데를 찾아서 분양하라고 하셨다. 그에 따라 개를 관리하던 부서에서 그런 단체들을 수소문해 혈통 보존에 관련된 여러 민간단체에 일부 (진돗개가) 갔고, 나머지도 분양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단체에 보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일반 가정이나 시민사회단체에 입양 또는 분양할 계획은 없다는 뜻이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3일 <한겨레>에 “공고를 내는 등 적절한 분양 방법을 찾고 있다. 진돗개 혈통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
박근혜 전 대통령 반려견 ‘새롬이·희망이’ 9가족의 운명은?) 동물보호단체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최근 박 전 대통령을 동물 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관련기사 :
“유기견 입양하겠다”던 박근혜, 유기견 9마리 만드나)했는데, 경호실 관계자는 “9마리는 청와대에서 돌본 개다. 유기견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1천만 가구 시대를 반영하듯 파면당한 대통령의 ‘퍼스트 도그’의 운명에 많은 눈길이 쏠린 가운데 청와대가 진돗개들을 혈통 보존 단체에 분양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반려견 외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진돗개 때문에 시끄러워지자 청와대에서 진돗개 보존 협회로 보내겠다고 한다. 진돗개 혈통 보존, 말은 좋지만 한 마디로 반려동물에서 계속 새끼를 낳아야 하는 번식용 개가 되는 것이다. 그러다 새끼를 못 낳을 때가 되면?”(@kan*******) “진돗개는 주인 바뀌면 밥도 잘 안 먹는 견종인데 전시용으로 받아놓고 이제 와서 종 보존 번식용으로 보내겠다고? 지 생각만 하는 건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질 않냐”(@ims******) “귀여운 진돗개로 이미지메이킹 하려 애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거들떠보지도 않아?”(@dan******) 같은 비판적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권단체 케어’ 박소연 대표는 “진돗개는 쉽게 유기되는 종이다. 집이 아주 넓거나 야외공간이 있지 않으면 키우기 어렵다. 개고기 시장에서 소비되는 고기의 절반 정도가 진돗개인 이유다. 자손의 자손, 대대로 방치되거나 학대당하는 견종이다. 청와대 진돗개들은 퍼스트 도그라는 프리미엄이 붙어 더욱 상업적으로 번식·분양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2015년 12월 페이스북 게시물. 당시엔 진돗개 새끼들을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분양했다. 현재 계정은 삭제된 상태다.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은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2013년 2월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떠나면서 동네 주민으로부터 진돗개 암수 한 쌍(새롬이·희망이)을 선물받았다. 이후 청와대 관저에 살던 진돗개들은 2015년 새끼 5마리를 낳았고, 박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으로 강아지 이름을 공모해 ‘평화’ ‘통일’ ‘금강’ ‘한라’ ‘백두’란 이름을 지어줬다. 이 5마리는 그해 12월 모두 시민들 가정에 분양됐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페이스북에 “제가 삼성동을 떠날 때 어린 새롬이와 희망이를 주셨던 삼성동 주민(부부와 남매)들에게 각 한 마리씩 전달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농촌 마당에서 잘 키워주시겠다는 임태수님, 이미 키우고 있는 2마리 진돗개를 위해 무등산 아래로 이사하셨다는 조성운님, 칠곡의 양옥집에서 키우기를 희망하시는 한태옥님에게 각각 분양하고자 합니다”라고 썼다. 이번에 분양되는 진돗개들은 새롬이와 희망이가 다시 새끼 7마리를 낳아 모두 9마리가 된 가족이다.
석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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