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시작 전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둘째) 등 국무회의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야당이 반대하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했다. 야당을 설득하는 모습을 통해 ‘임명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는 분석과 함께 지명 철회가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송영무·조대엽 후보자 임명 보류는 여당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의 추경 처리 등 국회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노력을 다할 수 있게 며칠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날 밤 우 원내대표가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임명 보류를 적극 설득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다만 청와대는 임명 연기가 지명 철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두 후보자 모두 지명을 철회할 만한 결정적 흠결이 없고, 인사와 추경,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는 별개 사안이라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다른 것은 몰라도 추경과 정부조직 개편을 인사 문제나 또는 다른 정치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 “지금 미국이 자유무역협정 개정 요구를 하고 있는 마당에 그에 대응하는 통상교섭본부를 빨리 구축하기 위해서도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병헌 정무수석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 고통을 덜겠다는 착한 추경마저도 논의를 안 하고 정파적 이해관계 충돌의 소재로 전락시키는 건 참으로 우려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야당이 예고한 ‘7월 국회 보이콧’을 민생과 새 정부 발목잡기로 규정해, 여론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귀국해보니 국회 상황은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는 이번주 안에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성과를 설명하는 간담회를 열 계획인데, 이때가 사실상의 인사 ‘마지노선’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순방 성과 설명을 위한) 지도부 회동과 장관 임명 문제 등도 이번주를 넘기면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는 만큼 정국 돌파를 위해 두 후보자 가운데 한명 또는 두명 모두에 대한 ‘지명 철회’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조대엽 후보자의 경우 정의당과 여당 일부에서도 ‘부적격’ 의견이 제기된 후보여서 청와대로서도 계속 안고 가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또 추경 처리가 불발될 경우, 문 대통령이 공들여온 하반기 경기활성화 구상 역시 무산된다. 청와대 안에서도 “일부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가 여당의 제안을 받아들여 두 후보자의 임명을 미루자,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야당 설득에 나섰다. 여당 원내지도부는 두 후보자 가운데 한명에 대한 지명 철회 가능성을 열어놓고 야당과 협상에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보수야당은 송영무·조대엽 두 후보자 모두 부적격이라며, 여권에서 둘 중 한명만 지명 철회하는 절충안에 거부 입장을 밝혔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 뒤 기자들에게 “어느 한 사람도 선택적으로 임명돼서는 안 된다는 게 당론”이라고 말했고,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한명은 철회 가능하다는 여당의 절충안에 대해 “꼼수 중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최혜정 엄지원 이경미 기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