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순방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북핵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해결에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전체적으로는 국제적인 공조가 잘 되고 있고, 우리 대한민국의 입장에 대해서 지지와 협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응은 잘 돼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미국 방문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3박5일간의 외교 성과를 이렇게 자평했다. 한-미-일 3각 공조 속에서 ‘한반도 내 전쟁 불가 방침’을 재확인하고, 다자외교를 확대해 북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외교적 해결의 불씨를 다시 지펴놨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베를린 선언’ 때만 해도 군사회담·남북이산가족상봉 등 구체적인 방법까지 명시하며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유엔’과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혁명’의 상징성을 빌려 ‘평화’를 강조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으로 두달 만에 급변한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유엔 총회 연설과 미·일을 비롯한 다양한 나라 정상과의 회담 등을 통해 고강도 제재와 압박은 평화를 만들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걸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내 기자간담회에서도 “지금처럼 잔뜩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는 선뜻 다른 해법을 모색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북한에 대해서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압박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미·일 두 정상과 “북한의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의미있는 성과로 볼 수 있다. ‘군사적 옵션’까지 거론될 만큼 고조된 긴장 상황에서 일단 김을 뺀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특히 문 대통령은 북한 선수들의 평창겨울올림픽 참여를 호소하고 각국 정상들을 평창으로 초청하는 등, 악화일로로 치닫는 갈등 상황을 누그러뜨리는 지렛대로 올림픽을 적극 활용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유엔 총회 연설에서 “동북아 안보의 기본축과 다자주의가 지혜롭게 결합돼야 한다”며 북핵문제의 근본적 해법으로 ‘다자주의 대화’를 통해 평화를 성취하는 유엔 정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해 ‘6자 회담을 의미하는 것인지 완전히 새로운 협상 틀을 얘기하는 것인지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양자 회담, 3자, 4자, 6자 회담 어떤 형태의 대화든 모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자주의 외교의 구체적인 틀을 제시하는 대신, “유럽연합처럼 동북아가 경제적인 공동체가 되고 다자적인 안보협력체제가 돼야만 근원적·항구적으로 평화체제가 될 수 있다”는 답으로 갈음했다.
문 대통령이 꿈꾸는 다자적 안보협력체 구상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와 이렇다 할 공조의 물꼬를 트지 못한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중국·러시아를 겨냥해 미국이 추가로 독자적인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 중·러와의 외교적 공간이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정애, 뉴욕/김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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