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0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피곤한 듯 천장을 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청와대는 전병헌 정무수석을 향한 검찰의 칼날이 언제 어떻게 들어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 수사에 말을 아끼지만 착잡한 분위기가 읽힌다. 이번주 전 수석 소환 조사를 준비 중인 검찰이 전 수석의 ‘제3자뇌물제공’ 혐의에 대한 입증을 자신하고 있어, 이번 수사가 청와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지난 주 구속한 전 비서관 윤씨 등은 ‘과정’ 확인 차원에서 한 것”이라며 “현직 대통령의 참모인데, 보좌진을 조사해 봐야만 관련 여부를 알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애초 수사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3자뇌물제공 사건으로는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도화선이 됐던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건도 있지만,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난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 사건이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에스케이(SK)텔레콤에서 부정 청탁을 받고 자신이 다니던 사찰에 10억원을 시주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위원장 사건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제3자뇌물제공은 직무와의 관련성이 있으면 인정되는 것”이라며 “어떤 금품이 공무원의 직무행위와 관련해 교부된 것이라면 충분하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또 전 수석의 자녀가 자신의 학교 근처에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 수백만원어치의 기프트 카드도 뇌물로 의심하고 있다. 이 기프트 카드를 롯데가 발행했고, 롯데와 전 수석의 자녀가 직접 연결될 수 없는 관계인 만큼 전 수석이 이 카드를 받아 자녀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쪽은 말을 아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가 이 문제에 입장을 밝힐 수는 없다”며 “검찰이 전 수석을 소환하면 그 종류나 성격을 보고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 쪽은 “전 수석이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전 수석은 지난 7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언론에 보도된 롯데홈쇼핑 건과 관련해 어떠한 불법에도 관여한 바가 없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심정이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 안에선 전 수석이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될 경우, 정무수석직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기류가 형성돼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 수석이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데, 정무수석직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만일 전 수석의 비리 혐의가 사실이라면 임기 초반 문재인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또다른 관계자는 “아직 예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검찰 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수사 상황에 따라 청와대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성연철 강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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