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 계획을 검토할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를 올해 안에 출범시키기로 했다. 위원장에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31일 “올해 안으로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킬 예정”이라며 “위원회에 참여할 위원 추천은 대략 마무리됐고 인사 검증 절차를 남겨뒀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별한 이견이 없는 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 자문위원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위원장을 맡게 될 것”이라고 했다. 유 전 청장은 지난해 대선 때 광화문 대통령 공약기획위원회 총괄위원장을 지냈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는 것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인근으로 이전하는 등 365일 국민과 소통하는 광화문 대통령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여부와 실효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광화문 집무실 이전은 국민과의 소통을 넓히고 거리감을 좁히자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환경, 조건의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엔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광화문광장 조성 계획이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두 기관은 광화문광장을 지금의 3.7배로 넓혀 시민광장과 역사광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조성 완료 시점은 2021년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길 경우 새로 조성될 역사·시민광장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가 있다”며 “집무실 이전에 따른 영빈관이나 비서동, 헬기 이착륙 등의 문제도 있어 반론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집무실 광화문 이전은 추진 우선순위에서 다소 뒤로 밀리는 것 같다”고 했다.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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