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3회 반부패정책협의회 회의에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사립유치원 비리 파동, 학사 비리, 채용 비리, 갑질 문화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매우 크다”며 국민들이 일상에서 부딪히는 ‘생활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생활적폐대책협의회’를 꾸리는 등 특별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이렇게 밝힌 뒤 “국민의 눈높이에 제도와 정책이 미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이 투입된 분야에 대한 관리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혈세가 투입되는데도 제대로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사립유치원 비리 척결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1·2차 회의에서 ‘권력형 적폐’ 청산을 논의했던 것과 달리 ‘생활 적폐’ 근절 방안을 토의했다. 각 부처는 △학사 비리 △공공기관 채용 비리 △공공분야 불공정 갑질 △보조금 부정수급 △지역 토착 비리 △편법·변칙 탈세 △요양병원 비리 △재개발·재건축 비리 △안전분야 부패 등 9대 과제와 관련해 이행 상황과 향후 대책 등을 보고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학사 비리와 사립유치원 문제, 공공기관 갑질, 요양병원 비리, 재개발·재건축 비리와 관련해선, 해당 부처 대책의 부족한 부분을 짚어가며 보완책을 지시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ㅅ여고 시험문제 유출 사태와 관련해 “현 정부의 기본 정책인 공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절감, 그리고 진보적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수능 비중 축소, 내신·학종(학생부 종합전형) 비율 확대 등의 정책 추진에 엄두를 못 내고 있는데 그 저변에는 학사 비리가 작용하고 있다”며 “수능이 가장 공정하다는 국민들의 여론이 압도적이다. 학교와 내신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없이는 공교육 정상화 등 제도 개선이 불가능하므로 비상한 각오로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요양병원 비리에 대해선 “통계를 보면 2017년 환수결정액 대비 징수율이 4.72% 미만인데 이는 문제가 된 병원들이 소위 먹튀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병원이 문을 닫아도 반드시 환수할 수 있도록 좀 더 본질적인 대책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사립유치원의 폐원, 원아모집 중단 움직임 등에 대해선 “주변 병설유치원 정원을 증원하는 등 임시대책을 마련해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고, 재개발·재건축 비리를 두고선 “시행사가 돈 되는 재건축 장소를 발굴해 주민 대표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짚었다. 문 대통령은 “특단의 대책” “갑질” “먹튀” 등을 언급하며 강력한 의지를 밝혔고, 재개발·재건축 비리 대책에 대해선 해당 부처를 향해 “현장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지금 대책은 근본적인 접근 자체가 잘못됐다”고 질책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청렴 생태계”를 강조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각 문제에 대한 뻔한 청산 계획이 아니고, (부패의) 근본을 파헤쳐 부패가 발생하는 원인을 제거하고 청렴 생태계를 만드는 데까지 가야 한다”고 밝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논의된 것은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추진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라며 “현 정부에선 이를 확실히 바꾼다는 의지를 갖고 업무에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공직자들의 청렴을 강조하며 “타이르고 감싸주면 바로잡아줄 수 있다. 그러나 타일러도 깨치지 않고, 또 가르쳐도 고치지 않으면 형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다산 정약용의 글귀를 언급했다.
김보협 성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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